민경한 변호사
검찰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사건, ‘피디수첩’ 사건 기소와 작가의 이메일 공개, 기타 여러 사건 등으로 과잉·보복 수사 및 부당 기소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또한 천성관·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검찰 간부들의 부도덕성과 빈약한 준법의식으로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너무나 냉소적이다. 사전에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친 후보자가 이 정도이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후보군은 얼마나 문제가 많을 것인가라고 심한 불신을 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중견 간부들이 수사상의 문제점을 토론하고 인사 자료에서 출신지와 학교를 삭제하고 수사 패러다임을 개혁하겠다며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법무부와 검찰의 행태를 보면 개혁 의지의 진정성이 매우 의심스럽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경찰청, 국방부 등은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중요한 과거사를 모두 조사, 진상규명, 사과 등을 하였다. 검찰은 과거사 정리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검찰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법무부는 감찰 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2007년 12월 법무부 감찰관과 대검 감찰부장을 개방형 직위로 하는 검찰청법을 개정하였다. 지난해 4월 위 두 직의 모집 공고를 냈으나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현직 부장검사를 임용하였고, 임기 2년을 훨씬 남겨두고 최근에 두 사람 모두 일선 검사장으로 승진하였다. 최근에도 위 두 직의 모집 공고를 냈으나 두 명 모두 검사장 승진이 되지 않은 현직 부장검사를 임용하였다. 무늬만 공개 모집이지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간부들의 구제 수단일 뿐이고 위 제도의 입법 취지에도 위배됨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지원자가 2명밖에 없어 이들을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지난해에는 지원자가 여럿 있었으나 모두 현직 검사로 임명하였고, 올해에도 이번에 임명된 사람이 이미 내정되었다는 소문과 언론 보도가 있었는데, 어떤 한심한 외부 법조인이 들러리를 서기 위해 지원하겠는가. 개방직이었던 법무부 인권국장,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장도 규정까지 재개정하여 현직 검찰 간부로 임용하고 있다.
나는 최근 김준규 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참고인으로 진술한 적이 있다.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주위 검찰 간부 몇 명에게 검찰에서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 할 과제를 물은 적이 있다. 검찰총장의 정치적 독립, 지나친 편중 인사,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 몇 가지를 언급하였다. 최근에 승진 전보된 서울중앙지검장 등 4대 요직과 지방 검사장 17석, 고검 검사장 5석 모두 26자리 가운데 호남 출신은 단 1명이고 영남 출신은 12명이었다. 인구 수, 검사 수를 고려하더라도 특정 지역에 대한 편중과 배제는 너무나 심각하였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검찰 인사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민감한 특정 지역이나 특정 부서에 편중하지 않고 모든 검사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개혁은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를 운용하는 사람을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개혁 의지와 자긍심을 갖고 일하게 만들어야 동력을 가질 수 있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하거나 위화감을 조성하는 인사의 편중을 시정하는 게 급선무다. 검찰은 보이기 위한 말로만의 개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검찰 자신의 문제와 관련된 부분부터 솔선수범하여 개혁을 해야 한다.
민경한 변호사
민경한 변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