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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미디어법 시한폭탄’ 헌재의 책무 / 김삼웅

등록 2009-09-27 21:40수정 2009-09-27 21:41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시한폭탄 하나가 작동하고 있다. 뇌관은 헌법재판소의 손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와 관련해 야당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2차 공개변론이 9월29일 열리고 한 달 뒤 최종결정이 내려진다.

미디어법은 시한폭탄이다. 족벌신문을 뺀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130만명이 ‘언론악법 원천무효’에 서명하여 헌재에 전달할 만큼 뜨거운 이슈다. 헌재의 결정은 후폭풍도 만만치 않고 역사의 심판도 남게 된다. 헌재는 국회가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날치기, 재적 과반수 미달, 대리투표 등 절차적 하자와 일사부재의 원칙을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아울러 권력과 재벌과 족벌신문이 왜 저토록 지상파 방송을 차지하려고 하는지 그 의도를 살피는 혜안이 요구된다.

정파성에 매몰된 족벌신문의 폐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사독재와 유착하여 매머드적으로 성장한 일부 족벌신문은 언론의 탈을 쓴 거대한 정치권력이 되었다.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도덕적 양식도 보이지 않는다. 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들 인사검증 보도에서 구 정권과 현 정권의 잣대가 다르다. 병역면제 의혹, 논문 중복게재, 금품수수 의혹, 위장전입, 소득세 탈루, 부동산 투기가 드러나도 ‘능력’ 운운하면서 덮어준다. 헌재가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도 지면에서 깔아뭉개고 사설에서는 이를 비난한다. ‘헌법 합치’였다면 어떻게 보도했을까.

이냐시오 라모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주간은 권력의 서열을 제1권력-경제, 제2권력-미디어, 제3권력-정치권력이라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지금 재벌과 족벌신문과 정치권력이 한 몸이 되려 한다. 미디어법 날치기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언론이 공정성과 비판 기능을 잃으면 흉기가 된다. 흉기가 재벌과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삼지창을 휘두르면 민주주의는 끝장이다.

권·재·언이 유착하면 못할 짓이 없다. 권력을 만들고 비리를 덮어주고 미운 놈들 뿌리를 뽑는다. 용산참사는 묻히고, 재벌 비리는 솜방망이고, 시민단체는 존립이 위협받는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에도 족벌신문은 침묵하고, 정부가 대표적 시민운동가를 ‘명예훼손’이란 가당찮은 이유로 고발해도 외면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알아야 할 대목이 있다. 족벌신문과 재벌이 방송을 장악하면 당장 정권 유지는 편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재앙이 된다. 언론권력이 재벌과 유착하면 정치권력은 허수아비가 되고 그들에게 농락당한다. 5공 정권과 유착했던 족벌신문의 전두환 말기의 행태를 보면 납득할 것이다.

이승만의 사사오입 개헌과 보안법 날치기, 박정희의 3선개헌 날치기 등 각종 무리수는 결국 권력의 종말을 재촉하고 민주주의를 파멸시켰다. 국회의원은 거수기가 되고 사법부는 하수인이 되었다. 진보당 조봉암, 민족일보 조용수, 인혁당 8인을 사법살인한 법관들을 역사는 기록하고 국민은 기억한다. 이들 사건은 최근 대부분 ‘불법부당’한 것으로 밝혀지고 국고에서 배상하게 되었다. ‘긴급조치의 위헌성’까지 국가기관에서 인정했다. 정의와 역사는 느린 것 같지만 반드시 승리한다.

민주공화제는 권력의 분립과 견제, 감시와 비판을 전제로 한다. 권력이 집중되거나 비판받지 않으면 반드시 탈이 생긴다. 당사자들도 불행하지만 국가도 불행해진다. 6월항쟁으로 태어난 헌재가 민주공화제를 지키는 보루가 되느냐, 권·언·재 매머드 체제를 용인하느냐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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