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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문화운동 지난 10년, 새로운 10년 / 원용진

등록 2009-09-29 19:40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문화운동에는 오지랖이 넓다는 말이 따라다닌다. 도대체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 어디냐는 지적도 있다. 문화예술 활동으로 여겨지지 않는 곳까지 손을 대니 그런 힐난이 있는 듯하다. 오지랖 넓었던 것을 변명하고, 오해 불식으로 문화운동 동지도 만들 겸 문화연대를 중심으로 한 지난 10여년간의 문화운동 경과를 정리 보고한다.

문화운동이 대중의 일상을 겨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문화운동은 오랫동안 국가의 문화정책이나 행정의 민주화에 운동의 초점을 맞추어왔다. 관료 중심의 문화정책, 행정에서 문화예술가들이 직접 참여토록 하는 더 많은 민주화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 운동과 행보를 같이해온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문화정책과 행정의 민주화가 결코 대중의 문화적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반성이 그 이후 있었다. 문화예술 생산 담당자를 문화예술가에 국한시키는 일 자체가 문화민주화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반성이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이르러 대중의 일상을 파고드는 쪽으로 운동 방향을 선회하게 된 것은 그 반성의 결과였다.

이후 운동은 대중의 문화생산 수단과 결부해 일을 벌여갔다. 대중의 문화생산 수단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도록 문화정책, 행정을 이끌고자 했다. 청소년의 팬덤과 손을 잡고 방송사와 싸웠으며, 학교 현장에서 문화예술 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했다. 주변에서 손쉽게 문화예술 생산과정에 참여토록 문화의 집, 주민자치센터의 활동을 변경시켜 나갔다. 대중의 표현 욕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그를 맘껏 발휘하는 데로 문화운동은 그 과녁을 옮겨갔다.

문화산업이 문화활동에서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주목하고 그를 제어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에 불을 지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화폐 교환이 벌어지지 않는 문화적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평등한 문화복지가 이뤄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인디문화와 공동체문화 활성화 운동을 벌인 것도 그 일환이었다. 민중의 집을 설립해 어떤 관여도 받지 않고 맘껏 문화 생산에 몰두하도록 한 것도 공공성을 체험케 하기 위한 배려였다.

문화운동의 패러다임 변화로 문화민주주의, 문화공공성 확보에 일정 성과를 거두었다. 오지랖이 넓어지긴 했지만 많은 이들이 인정할 만큼 그 성과는 괄목할 만했다. 맘껏 누리는 문화공공성에 목말라하던 대중의 참여 또한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여타 운동과 마찬가지로 권위적 시장주의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를 맞아 문화운동 또한 모든 것이 과거로 회귀한 듯한 상황에 놓이는 순간을 대하게 되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일군 모든 것이 일순간에 데자뷔하는 상황에 한숨만 쉬고 있진 않다. 오히려 성찰의 기회라며 반성의 시간, 다짐의 시간도 갖고 있다. 몇몇 운동꾼들의 품 안에 있는 마스터플랜에 맞춰 운동을 펼친 것은 아닌지 추슬러보고 있다. 대중을 입에 올리면서도 이론상으로 정리된 대중을 말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디문화, 공동체문화, 문화공공성을 주창해 왔으면서도 정작 그에 환호하는 대중 주체를 생성하지 못했음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지난 24일 문화운동 단체인 ‘문화연대’의 창립 10돌 기념식은 격려, 반성, 질정이 한데 어우러진 자리가 되었다. 그 모든 것을 다 모아 문화운동 새로운 10년을 향한 새로운 다짐을 했음을 여러 동지와 대중께 전한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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