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커브길 / 김선철

등록 2009-10-06 19:01

올해도 국민과 재외동포 대부분이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을 풍요롭게 즐기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명절에는 오랜만에 그동안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지를 만나러 가기 때문에 끝없는 자동차 행렬로 막히는 길이 평소와는 달리 그리 짜증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곧게 뻗었으나 단조로운 길이 있는가 하면, 간간이 들꽃이 핀 길섶이 있어서 정겨운 시골길도 있다. 곧게 가다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어진 길을 외래어로 ‘커브’(curve) 또는 ‘커브길’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카브(길)’라고 발음하기도 하였는데 이 영어의 일본말 ‘가부’(カ-ブ)의 영향인 듯하다. ‘굽잇길’이라는 우리말이 있으나 사전에만 올라 있을 뿐 아직 입말로는 정착되지 않은 듯하다. 어떤 지역에서는 ‘카돗길’이라고 한다. ‘카브’의 ‘브’ 대신에 ‘도’(道)가 들어가고 거기에다가 ‘길’이 덧붙은 형태이다. ‘역전앞’처럼 같은 말이 두 번 들어간 경우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고바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경사, 기울기, 비탈’이라는 뜻의 일본말 ‘고바이’(こうばい, 勾配)이므로 원래의 뜻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고갯길과 같은 경사진 길이 똑바르지 않고 대개 휘기 때문에 이렇게 와전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고바이’ 대신에 ‘고바위’로 말하는 지역이나 개인이 있는데, 이는 ‘높을 고’(高)에 ‘바위’가 연결된 것으로 생각해서인 듯하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