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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대북 제재는 끝났다. 한국의 선택은? / 김연철

등록 2009-10-06 22:22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원자바오 총리와 김정일 위원장의 대화, 예상된 순서이다. 미-중 대화와 북-중 대화가 어울려, 마침내 북-미 대화의 문을 열었다. 한국의 부재가 안타깝다. 중국의 존재감이 더욱 커 보인다. 이제 회담의 형식 문제는 정리되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언급한 것은 지난 4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 처음이다. 의미 있다. 그러나 조건부다. 북-미 양자대화의 결과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이 열릴 것이다.

마침내 대화 국면인가? 늦었지만 다행이다. 대화가 중단되었을 때, 북한의 핵능력도 강화되었다. 북한은 2차례 핵실험을 했고, 핵시설 복구를 마무리하고 있다. 대화 중단이 치른 값비싼 대가다.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대화가 시작되어도 전망은 어렵다.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많다.

그러나 주목해야 한다. 북-중 관계가 북핵 협상의 판을 바꾸고 있다. 무엇인가? 제재는 끝났다. 국제사회의 제재, 말로는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효과는 없다. 왜 그런가? 2008년 기준으로 북한의 대중 무역규모는 2007년과 비교해서 41% 증가했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였다. 압도적 비중이다. 이번 북-중 양국의 회담으로 북-중 경제협력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무상원조가 이루어질 것이며, 압록강 다리 공사로 중국의 동북지역과 북한의 경제적 연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한국 정부의 대북 봉쇄정책은 명분을 잃었다. 제재가 북한을 굴복시킬 것이라는 어리석은 신념도 이제는 현실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대북 봉쇄정책으로 남북 경협이 줄어들 때, 그만큼 북-중 무역이 증가했다. 북한과의 광물자원 협력을 약속했던 10·4 합의를 한국이 거부했을 때, 그 공백을 중국이 차지했다. 개성공단이 지금처럼 주춤거린다면, 그 공백은 신의주 경제특구로 나타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원자바오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중 우호관계를 “대대손손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 체제의 장기적 안정을 원한다. 그것이 중국의 동북아 전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북한 붕괴론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것은 이제 자의적 희망일 뿐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이 충돌했다. 북한 역시 중국과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북-중 양국 사이에 찬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이제 방황은 끝났다. 돌고 돌았지만 결국 전통적 우호관계의 심화발전이 서로의 이익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중국의 외교적 역할은 북한과 가까워질수록 커진다. 한국이 빠진 외교무대에서 북한을 설득할 국가는 이제 중국밖에 없다. 북한의 경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광물자원, 낮은 임금 등은 매력적이다. 북한 역시 정치·외교·경제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악화가 가져온 자연스런 결과이다.

북한과 중국이 가까워진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한국 정부의 적극적 노력 없이는 남북관계가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쉬우면 손 내밀 것이라고? 어리석은 믿음의 근거가 사라지고 있다. 제재도 끝났다. 한국만 제재에 집착한다면,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만 높아져 갈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에 그것은 기회의 상실을 의미한다. 남북관계에서 경제적 연계는 더욱 약화될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냉전시대의 어리석은 믿음에서 벗어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둘러보기를 바란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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