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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시·군 통합은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 신창현

등록 2009-10-14 20:45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정부의 시·군 통합 공모 결과 경기도 7곳, 충청 5곳, 호남과 영남 각 3곳 등 모두 18개 지역에서 34개 시·군의 시장·군수, 의회, 주민들이 통합을 신청했다. 통합 대상은 46개 시·군이지만 시흥, 아산, 예산, 공주, 여수, 진주, 구미 등 12개 시·군은 통합을 신청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 시·군과 일대일 통합을 신청한 안산, 천안, 홍성, 부여, 순천, 산청, 군위 등 8곳을 빼면 26곳이 남는다. 이 26곳 중 시장·군수와 의회, 주민 3자가 모두 신청한 곳은 5개 시·군이다. 그러나 청주시가 통합을 희망하는 청원군과 목포시가 통합을 원하는 무안·신안군은 군수와 의회가 반대하고 있고, 경기도 광주시가 통합을 희망하는 성남·하남시는 의회와 주민들이 회의적이다. 함안군은 마산시와 통합을 희망하지만 마산시는 창원·진해시와 우선 통합을 원하고 있다.

시·군 통합은 정부 부처나 공기업의 통합과 차이점이 많다. 부처와 공기업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는 행정조직이지만 시·군은 주민들이 대표를 선출하는 자치조직이다. 부처의 통합은 대통령이 결정하지만 시·군 통합은 주민 의사가 우선이다. 충성심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행정조직과 달리 시·군은 주민 정서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지역공동체다. 정부가 통합 과정에서 시·군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통합 절차를 보면 통합 신청 시·군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양쪽 시·군 의회가 모두 통합에 찬성하면 통합시의 명칭과 시청 소재지 등을 결정한 후 통합시 설치법을 제정하고 내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하게 돼 있다. 주민투표는 시·군 의회에서 의결이 안 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이러한 추진 절차는 오히려 시·군의 자율성을 침해하며 시장·군수와 의회, 주민 간의 소모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첫째, 통합 시의 명칭과 시청 소재지도 모르고 통합 후 지역 발전의 기본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먼저 통합부터 결정하기 때문이다. 통합은 좋은 거니까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둘째, 시·군 의회는 지방자치법 제4조와 39조에 따라 통합에 대한 찬성, 반대의 의견을 표명할 수는 있지만 결정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시·군 통합을 의회가 결정하는 것은 헌법 개정을 국회가 결정하는 격이다. 셋째, 행정안전부가 통합에 관한 시·군 의회의 의견을 듣고 통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과 정부조직법의 어느 곳에도 행정안전부가 시·군 의회의 의견을 들어 통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시·군 통합은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통합시 설치법을 제정해야 확정되고 그 법안을 제출하는 권한은 행정안전부에 있다. 그러나 법안 제출권이 곧 시·군 통합의 결정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주민투표법 제8조는 시·군 통합에 대한 주민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이 시장·군수에게 주민투표를 요청할 수 있고, 시장·군수는 이에 따라 시·군 의회의 의견을 들은 후에 주민투표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가 주민투표를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7개 지역 19개 시·군의 700만 경기도민이 관련된 시·군 통합 문제를 법적 근거도 없는 주민 1000명의 여론조사나 시·군 의회의 의결로 결정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는 것이다. 통합에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절차는 법적 효력이 있는 주민투표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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