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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레이건과 김제동 / 정의길

등록 2009-10-22 21:35

정의길  국제부문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문 선임기자
1993년 1월20일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 축하연은 마치 톱스타들의 합동공연 같았다.

잭 니컬슨과 오프라 윈프리의 소개로 시작된 이 축하연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마이클 잭슨, 엘턴 존, 어리사 프랭클린, 척 베리 등도 노래를 불렀다. 선거운동 때 로고송이었던 플리트우드 맥의 ‘내일을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마’가 울리는 마지막 무대에 올라선 클린턴 부부 주위에는 이들 외에도 스티비 원더, 제임스 테일러, 마이클 볼턴, 그리고 배우인 마이클 더글러스, 우피 골드버그 등이 둘러싸 마치 할리우드를 옮겨놓은 느낌이었다. 이 동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인기이다.

1997년 클린턴 재선 축하연에서 우피 골드버그는 클린턴 가족을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사람들 중의 세 사람이다”라고 말해,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낯뜨거운 ‘아부성’ 발언도 했다. 193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축하연 때 워너브러더스와 제너럴일렉트릭이 할리우드 스타들을 동원해 참석시킨 이래 미국 대통령 취임 축하연에 연예인들의 대거 참석은 전통으로 굳어졌다. 물론 취임하는 대통령과 그 정당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참석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2001년 취임 축하연에도 아널드 슈워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척 노리스, 로버트 듀발, 실베스터 스탤론 등 부시와 공화당 이미지에 어울리는 근육질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했다.

연예인들은 속성상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할리우드의 정치적 성향은 민주당 지지가 다수이다. 열혈 민주당 지지자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부시 집권 시절 민주당이 지리멸렬하자, 직접 모금 콘서트를 열었다. ‘민주당이 어정쩡한 노선을 취하지 말고, 좀더 진보적인 노선을 취해야만 다시 지지를 받을 것이다’라며 돌아다녔다.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는 지난 대선 때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를 맹비난하며, 자신의 토크쇼 출연을 반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예인이 정치인을 탄압했다’고 논란이 일 정도이다. 페일린은 곧 그의 토크쇼에 출연하기로 해, 볼만한 광경이 기대된다.

다만 부시 시절, 남부 출신 컨트리송 여성그룹인 딕시 칙스가 “부시가 남부 출신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해,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일부 방송에서 그들의 노래가 퇴출돼 문제가 됐다. 이에 팝 가수 린다 론스태트는 “딕시 칙스는 부시가 텍사스 출신이라는 데 곤혹스러워하지만, 나는 그가 미국 출신이라는 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부시의 말년, 딕시 칙스는 영웅으로 부상해, 앞다퉈 방송에 초대됐다.

한국에서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두드러졌던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때 연예인이 정치적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사례는 딱 한 건이 있다는 것이 연예계의 중론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던 한 탤런트가 선거운동 때 김 전 대통령이 다리를 저는 것을 흉내 내며 비난한 것이 빌미였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 들어 전임 정권을 지지했던 연예인과 방송인들이 스크린과 무대에서 사라지고 있다.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로 인기를 끄는 여배우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광고 재계약이 모두 중단된 상태라는 소문도 들린다. 아마 그의 가족사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 노제 때 사회를 마친 뒤 울던 김제동의 눈물은 이제 자신의 처지를 예고한 것 같다.


배우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연예인 퇴출 사태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연예인을 자유롭게 하라. 그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이다.

정의길 국제부문 선임기자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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