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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하위직만 ‘청렴교육’하는 권익위 / 이지문

등록 2009-10-26 22:12

이지문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부대표
이지문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부대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위원장이 지난 13일 전국 597개 공공기관 감사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 공공기관 임원 개인의 청렴도까지 포함시키겠다고 하였다. 또 고위 공직자 개인별 청렴도 역시 연구기관 용역을 통해 부패지수를 개발하여 계량화시키겠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청문회 과정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위법과 탈법이 드러났고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특히 ‘낙하산’ 공공기관 사장과 감사들의 비리 역시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잠재적인 부작용 우려가 있지만 그 필요성은 어느 정도 동의한다.

청렴도 평가에 앞서 권익위의 교육 시스템부터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권익위 청렴교육센터에서는 올해 44회에 걸쳐 2770명을 대상으로 공직자 행동강령, 부패행위 신고와 보호보상제도 등 강의식 교육과 참여식 교육을 병행하는 3일 및 5일 청렴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건설/건축, 인사, 예산집행/계약, 병무/국방 등 분야별 교육과 함께 신규 임용자, 승진자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초·중·고 교장·교감 연수 180명 제외)으로만 되어 있다. 기관장은 말할 것도 없고 최소한 기관 부서장조차도 교육 대상으로 참여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가 권익위 청렴교육 강사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접한 수강생들의 의견 중 많은 내용이 왜 이런 교육이 우리 하위직 공무원으로만 한정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원칙과 규정에 맞게 업무를 처리하고 싶어도 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편법을 막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들어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하고 있다. 또 지방의원들의 청탁 역시 만만치 않은 현실을 토로하면서 오히려 이런 교육은 자기들과 같은 하위직보다는 상위직들이 들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권익위 청렴교육 과정뿐만 아니라 필자가 일선 공공기관 특강을 가더라도 아주 드문 경우가 아니면 기관장은 물론이고 과장급 이상이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보기 힘들었다. 물론 하위직 공무원 역시 저소득층 보조금 횡령 등 각종 비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반부패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 대상이 하위직으로만 한정되어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퇴임 뒤 유관기관 취업을 제한하거나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게끔 하고 있는 공직자 윤리법이나 행동강령의 경우, 고위 공직자나 임원들이 위반할 소지가 크다.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장관 및 차관,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장, 공기업체장뿐만 아니라, 각 기관의 장, 예를 들면 일선 경찰서장, 소방서장, 공기업체 본부 및 지부장까지 포괄하는 고위 공직자 및 공기업체 임원에 대해서 취임 또는 임명 6개월 이내 권익위가 운영하는 반부패 청렴교육 과정 이수를 의무화하고, 그 교육과정 내용을 본인이 직접 기관에 가서 소속 직원들에게 교육하게끔 하는 것이다.

기관장 자신이 직접 교육을 하면서 반부패, 청렴을 이야기한다면 본인 스스로도 윤리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기가 망설여질 것이고, 소속 직원 역시 외부 강사가 와서 특강을 하는 것보다 좀더 집중해서 교육에 임할 것이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여전히 온정주의와 조직이기주의로 내부 공익신고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관장이 적극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를 이야기한다면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지문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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