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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아프간 재파병에 반대한다 / 이지훈

등록 2009-10-30 20:51

이지훈  <나눔문화> 연구원
이지훈 <나눔문화> 연구원
세계가 또 한번 코리아를 주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군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프간의 재건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130~150명의 민간 전문요원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250여명의 군과 경찰 병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재건부대마저 완전 철군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것은 사실상 다시 더욱 공격적인 전투병을 파병하겠다는 결정이며, 세계인의 눈에는 미국의 아프간 침공을 지원하는 행동으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대로 국회에서 아프간 파병 동의안이 통과되면, 이는 또다시 중동 이슬람 13억 인구 앞에 한국인의 입지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 병사들은 물론 전세계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마저 폭탄공격과 납치살해의 구체적인 표적이 될지 모른다.

이라크 특전사 파병, 레바논 전투병 파병, 2001년 아프간 파병과 철군을 거듭한 한국 정부는 이번 아프간 재파병뿐 아니라, 심지어 해외파병을 위한 상비전투병부대를 만들어 ‘국민의 동의 없이 파병 가능한’ ‘상시파병법’까지 추진하고 있다.

어느덧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불의한’ 파병국가로 각인되고 있다. 2007년 아프간에서 23명이 납치되고 그중 2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으로 세계는 한국을 주시했고, 우리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그때 한국인들을 납치했던 무장세력의 요구는 ‘한국군 철군’이었다. 올 3월과 6월 예멘에서도 폭탄공격을 받고 무장세력에 납치되어 한국인 5명이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 8년은 국제사회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이미 2만명 이상의 무고한 민간인이 죽었고, 나토군 사망자도 1400명을 넘어섰다. 8년의 전쟁으로 아프간은 ‘거대한 무덤’이 되었다.

“삶이 뭐라고 생각하니?” “죽지 않고 사는 거요. 죽지 않고….” 아프간 아이들이 텅 비어 버린 눈으로 대답한 말이다. 아프간 아이들 4명 중 1명은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 그나마 살아남은 아이들도 용병이 되거나, 부자에게 팔려가거나, 난민이 되는 길밖에 없다. 아프간 사람들에게 삶은 죽지 않고 사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왜 우리의 삶을 당신들이 결정하는가? 왜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가?”라며 울부짖는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낳은 결과는 송두리째 뽑혀나간 미래와 파괴된 삶뿐이다.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의 선망을 받는 국가이다. G20 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세계 13위의 경제력을 가진 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경제의 72%를 수출로 벌어들이며 중동을 비롯한 가난한 나라의 노동력을 딛고 서 있기 때문이다. ‘국익’이라는 우리의 이기심에 불의한 전쟁을 지원하며, 총을 들고 그들의 땅에 들어간다면 우리의 인간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얼마나 더 큰 재앙을 불러오게 될 것인가?


국익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며, 양심이고 정의다. 지구마을 가장 고통 받는 이들 앞에 떳떳하지 못할 때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은 날로 좁아질 것이며 세계를 품고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의 삶의 미래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글로벌 시대 코리아의 ‘적임’과 ‘책임’은 전쟁지원을 위한 파병이 아니라 인류 공동선을 위한 양심 있는 행동이다. 우리는 불행한 부자나라보다 인류 앞에 떳떳하고 품격 있는 코리아를 원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추진을 멈추어야 한다.

이지훈 <나눔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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