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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미디어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 정상윤

등록 2009-11-01 21:21

정상윤  경남대 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교수
정상윤 경남대 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교수
‘헌재, 미디어 3법 유효 결정’, ‘헌재 결정 ‘본론-결론’ 달랐다’, ‘정치권에 기름 부은 헌재’, ‘헌재 언론법 절차 위법…법 효력은 유효’

10월29일, 미디어법 권한쟁의 청구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다룬 언론들의 머리기사 제목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신문법과 방송법 등 법률안의 유·무효 여부를 국회에서 자율적으로 논의하여 결정하도록 위임한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법을 둘러싼 논쟁과 대립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은 원점에서 미디어법 재개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의 신속한 집행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10월30일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은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정책 방향을 정하기 위해 11월2일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과 자문팀을 발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방통위가 절차적으로 위법성이 확인된 미디어법에 대해 후속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헌재의 결정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헌재의 미디어법 결정으로 인해 미디어 시장은 크나큰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언론의 공공성, 공익성, 다양성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디어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하는 새 방송정책의 시행으로 언론은 무한경쟁 시장의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이로 인해 공익적 기능에 비중을 두어왔던 언론은 산업으로서 언론의 구실에 치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장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여 있는 지역언론, 특수방송 등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되며, 서민층,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언론의 저널리즘 기능 약화이다. 언론의 공적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비판자로서의 구실이다. 그러나 미디어에 대한 규제 완화로 신문사, 대기업 등이 종편채널 및 지상파 등의 미디어에 진출하게 되면 언론이 보수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경우 발생할 보도 프로그램의 보수화, 연성화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자체를 후퇴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저널리즘의 첫째 의무는 진실이며,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바로 국민이라는 점에서 언론이 특정 계층이나 권력에 편파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언론이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정치인들은 여론조사 결과 60% 이상의 국민들이 미디어법에 반대한 이유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헌재 결정의 의미를 받아들여 미디어법에 대한 재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 우선 지난번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제기되었지만 실현하지 못한 미디어 시장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와 신문 시장의 투명성 제고 방안, 여론독과점의 합리적 측정 방안 등을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토대로 언론의 공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디어 제도에 대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방통위 역시 미디어법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논의를 진행하기보다는 미디어 규제 완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미디어의 공익성, 다양성을 유지하며, 시장에서 미디어 간 공정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미디어 제도는 국민들의 정신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상윤 경남대 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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