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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국립대 발전을 위해 시급한 것은 / 김광렬

등록 2009-11-05 21:39

김광렬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김광렬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정부는 노무현 정권 때부터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여 왔는데,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여전히 국립대 법인화를 끈질기게 유도하고 있다. 과거 법인화 전략은 일본과 같은 국립대의 일괄법인화였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한걸음 물러나 개별 법인화로 선회하여 신설 울산과기대를 법인화 대학으로 설립하고 지속적인 법인화를 유도하여 왔다. 성과가 없자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서울대 법인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편으로는 대학의 구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 간 통폐합을 법인화에 연계시키는 정책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사립대에 견줘 절대적으로 부족한 교육재정을 정부에 의지해 온 국립대로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특별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정책에 늘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법인화에 선뜻 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서울대가 법인화 법안을 교과부에서 입법예고할 당시만 해도 대학 내부에서 묵시적으로 찬성하는 기류를 보이다, 정부 관련 부처에서 수정안이 나오고 교과부가 처음 안을 고수하기 어렵게 되자 반대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대 법인화의 목적을 서울대 법인화 법안에서 찾아보면 “대학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무성을 제고하고 교육 및 연구역량을 향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법안 내용은 오히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총장 직선제마저 폐지하고 있다. 목적부터가 이율배반적이다. 서울대가 법인화에 앞장서겠다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포기하고 학문과 교육을 상품화-시장화하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특별 재정지원을 받아 대학 간 경쟁 체제에서 승자가 되어 보겠다는 이기주의의 발상이라고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경영학 교수였던 새뮤얼 우드 박사의 영리 대학과 비영리 대학의 비교 모형을 보면, 비영리 주립대의 경우 학생 수업료와 정부 지원금 그리고 주정부 지원금이 각각 20%, 22%, 48%인 반면 비영리 사립대학은 학생 수업료와 정부 지원금 그리고 주정부 지원금이 각각 49%, 18%, 1%였고, 영리 대학은 정부나 주정부 지원금 없이 학생 수업료가 93%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의 경우 사립대학에 견줘 국립대학의 비중이 20%도 되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낮다. 또 정부의 재정지원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78%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2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비영리 교육기관으로서 매우 열악한 재정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국립대학들은 학생 수업료 역시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대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의 교육재정지원 확대이다. 법인화는 오히려 국립대학의 재정지원을 축소하기 위한 정책이니 실로 국립대의 미래는 암담함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정부는 정치적인 논리로 국립대의 법인화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립대학의 설립 취지와 목적 및 고등교육의 공공성 등을 깊이 인식하여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전환을 기해야 할 일이다. 또한 일본이 대대적인 재정지원과 장기간의 준비 과정 속에 대학들의 자립 기반을 평가하여 법인화를 시행하였음에도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먼저 국립대학들이 자립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 법인화보다 국립대학의 발전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책무성을 높이는 일임을 자각하기 바란다.

김광렬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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