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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멘트 / 김선철

등록 2009-11-10 18:25

근래에 들어 우리가 흔히 쓰거나 듣는 말 ‘사회자의 멘트’, ‘연기자가 다음 멘트를 잊다’ 등에서 ‘멘트’의 뜻은 ‘진행 발언’, ‘대사’ 정도의 뜻이다. 이 ‘멘트’는 예전부터 써오던 우리 토박이말은 아닌 것이 분명한데, 어느 언어의 어떤 낱말에서 유래한 것인지 확증하기가 쉽지 않다. 영어 냄새가 강하게 풍기지만 영어에는 이런 낱말이 없고, 소리와 뜻으로 보아 가장 비슷한 것이라면 ‘코멘트’(comment)나 ‘어나운스먼트’(announcement)가 있을 뿐이다. 또 이웃 일본말에서 ‘멘트’에 해당하는 낱말이라면 ‘멘토’(メント)가 되는데, 이는 ‘오나멘토’(オ-ナメント)의 준말로 쓰이며 장식품, 장신구라는 뜻이다.

결국 ‘멘트’의 어원을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대개 ‘코멘트’나 ‘어나운스먼트’ 가운데 하나라는 심증을 갖게 된다. 그런데 ‘코멘트’는 발음이 비슷하지만 뜻이 조금 다르고, ‘어나운스먼트’는 발음이 다르지만 그 뜻에서 ‘멘트’의 다른 뜻이 유래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어떤 이는 ‘말하다’, ‘언급하다’라는 뜻의 영어 ‘멘션’(mention)이 그 명사인 것으로 잘못 분석하여 명사를 만드는 -ion을 떼고서 ‘멘트’를 만든 것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나운스먼트’라 하지 않고 철자에 이끌려 ‘아나운스멘트’로 발음하는 가운데서 ‘멘트’를 잘라냈을 가능성이 더 그럴듯한 것 아닐까 싶다.

김선철/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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