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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환경부는 환경 편에 서라 / 신창현

등록 2009-11-16 19:10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2009년 11월10일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을 막고, 파헤치는 공사가 일제히 시작된 날임을 잊지 말자. 42년 환경행정의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날이다.

환경부는 1967년 보건사회부 환경위생과 공해계로 시작하여 1980년 환경청 승격, 1990년 환경처 승격, 1994년 환경부 승격, 1998년 내무부 국립공원 업무 환경부 이관, 1999년 산림청 야생조수 보호업무 환경부 이관,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 신설, 2008년 기상청과 환경부 통합 등으로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직원 4명으로 시작한 환경행정이 이제는 4대강 유역 환경청 등 12개 소속기관이 있는 1800여명의 조직으로 발전했다. 1963년 공해방지법으로 시작한 환경법이 46개의 법률로 늘어났고 2009년도 예산은 4조6천억원이다.

이러한 인력과 법률, 예산으로 환경부가 할 일은 헌법 제35조와 정부조직법 제40조에 따라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의 보전에 관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4계절이 필요한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4개월 만에 끝냄으로써 환경부는 헌법과 정부조직법이 부여한 임무를 포기했다.

4대강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느냐 보존의 대상으로 보느냐는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헌법 제35조의 환경권에 관한 규정을 4대강 사업에 적용하면 어떤 국민은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국민은 강을 막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16개의 보를 세우고 바닥을 긁어내서 흐르는 강물을 호수로 바꾸면 수질이 좋아질지 나빠질지, 홍수 위험성이 높아질지 낮아질지에 관한 과학적 사실도 개발과 보존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있다. 국토해양부는 개발이 임무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환경부는 보존이 임무이므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야 맞다. 외국의 환경부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우리나라 환경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제 목소리를 내는 듯했지만 바로 꼬리를 내렸다.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수질이 나빠지고 홍수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조건부 동의 형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면죄부를 줬다. 환경을 지키라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을 외면하고 환경부를 믿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대운하를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꾸었어도 반대하는 국민이 더 많은 이유는 이 사업의 실체가 개발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등 4대강의 맑은물 종합대책으로 도입한 모든 규제들이 무력화되고 여기에 투자한 수십조원의 예산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상류와 하류지역의 주민들이 상생의 대안으로 합의하여 실천하고 있는 4대강 특별법이 휴지 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42년 동안 힘없는 부서, 아니면 정부 내 야당으로 놀림당하며 쌓아온 환경 파수꾼의 긍지와 자부심도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공무원도 사람인데 어쩌란 말이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환경부가 배가 고파서 국토해양부의 들러리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법 부당한 명령이라도 무조건 복종하는 집단의식의 최면에 걸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환경부 공무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4대강 개발의 무모함과 무책임을 견제하기 위해 환경부만이라도 환경의 편에서 영혼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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