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식 영산대 법대 교수
얼마 전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한 중소기업 모임에서 최저임금법의 개정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였기에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대략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으로서, 그중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숙박 및 식사비를 최저임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의 적용을 배제하자는 내용이 있어 심히 우려가 된다. 왜냐하면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숙박 및 식사비는 최저임금과 상관없이 별도로 그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임금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은 1986년 제정된 이래 제1조에서 최저임금제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는데, 즉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최저임금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법은 국적이나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제의 목적이나 국내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서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를 기초로 하여 결정된다고 한다면,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도 최저생계비 이상이 요구된다고 보아 그에 기초한 최저임금은 외국인과 한국인을 구별하여 적용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사용자는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요구를 간과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6조,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 물론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연수생에 대해서는 3개월의 수습기간을 적용하여 일정 정도 감액된 최저임금(시간급 최저임금액의 90%)을 적용하면 될 것이다.
둘째,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 물론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 근로자는 생산성에 비해 고용비용이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 또한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높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아야 할 근거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임금수준이 저하되어 노동력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라는 최저임금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낮아지면 국내 기업들은 내국인 근로자를 대체하여 외국인 고용을 늘릴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이미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박 및 식사비를 공제하여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그러나 숙박 및 식사비를 공제하는 것은 ‘임금은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임금 전액지급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더욱이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제2조 및 별표에서 ‘숙박 및 식사비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숙박 및 식사비를 최저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은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방준식 영산대 법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