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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코펠 / 김선철

등록 2009-12-01 18:25

집에서 멀리 떠나 경치 좋은 산이나 들에서 밥과 국을 지어 먹으려면 짐을 간편하게 꾸리는 것이 좋다. 짐이 무거우면 즐거운 여행이 자칫 고행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반드시 챙기는 것이 ‘코펠’과 ‘버너’(burner)이다.

코펠은 여러 크기의 냄비를 겹겹이 넣고 마지막에는 조그마한 주전자와, 손잡이가 접어지는 국자 정도를 넣는 취사도구이다. 코펠의 어원은 독일말 ‘코허’(Kocher)인데, 이는 ‘요리하다’라는 뜻인 ‘코헨’(kochen)에서 나온 말이다. ‘코헨’이 영어 ‘쿡’(cook)과 어원이 같기 때문에 ‘코허’는 요리기구를 뜻하는 영어 ‘쿠커’(cooker)와 같은 말이 된다. 그런데 ‘코허’가 일본말에서 ‘곳헤루’(コッヘル)로 받아들여졌고, 이것이 우리말에 들어올 때 원어를 잘못 해석해 ‘코펠’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촉음(ッ)이 있어 원래가 ‘ㅍ’에 해당하는 소리였던 것으로 생각할 만했고, 일본말에서는 독일말 ‘헤어’(Herr)와 ‘헬’(Hell)이 모두 ‘헤루’(ヘル)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펠’이 일본말을 통하지 않고 독일말에서 들어왔다면 ‘코허’가 되었을까? 외래어는 들어오면서 또는 들어와서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영어를 통해서 들어왔다면 ‘쿡셋’(cookset)이나 그 비슷한 말 혹은 그 대표적인 상표 이름이 지금의 ‘코펠’을 대신할 것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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