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와 술어의 정확한 호응은 문장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주술이 어긋나 있는 문장은 아예 말할 것도 없지만, 문법 형식으로는 주술 관계가 어긋남이 없어 보이는데도 어쩐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주어와 술어가 착 달라붙지 않을 때 이런 느낌이 든다.
“능력이 확인된 인물이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 부패로 나아갈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임기에 제한이 없다.” 신문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가능성’이라는 주어에 ‘높다/적다’라는 술어가 호응하고 있다. ‘높다’가 정확한 용어라면 반대의 경우에는 ‘적다’가 아니라 ‘낮다’를 써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적다’가 정확한 용어라면 반대의 경우에는 ‘높다’가 아니라 ‘많다’를 써야 할 것이다.
높낮이, 크기, 수량 따위를 나타내는 형용사는 대립이 확실하다. ‘높다/낮다, 크다/작다, 많다/적다’에서 보듯이 확실한 짝을 이루고 있다. 이런 형용사들을 주어와 호응시킬 경우에는 같은 짝끼리 맞세워야 반듯하다. ‘높다/적다’, ‘크다/낮다’ 또는 ‘많다/작다’라는 짝을 만들면 매우 어색하게 전달된다.
‘가능성’이라는 주어에는 어떤 짝을 쓰는 것이 좋을까? ‘크다/작다’가 잘 어울린다. 어느 고등학교 학생들의 대학 합격이라는 문제를 놓고 ‘합격 가능성’은 ‘크다/작다’, 합격률은 ‘높다/낮다’, 합격자 수는 ‘많다/적다’로 하면 반듯하다. 여기서 술어를 바꿔 보면 아예 말이 안 되거나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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