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논설위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개월 만에 맞이한 첫 국빈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싱 총리를 옆에 세워둔 채, 미국과 인도의 관계를 “21세기의 결정적 동반자”라고 두 번이나 치켜세웠다. 만찬 땐 백악관 뜰에 320명이 들어가는 초대형 텐트를 치고, 인도식 요리로 깍듯하게 대접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정권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오는 10일,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다. 동행하는 민주당 의원만 140여명이다. 회비를 내고 참가하는 기업인까지 합치면 600명이 넘는다. 오자와는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을 만나 두 나라의 밀월을 더욱 다질 예정이다. 두 행사는 겉으론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중국이란 공통점이 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미·일 두 나라의 고민이 두 행사에 담겨 있는 것이다. 미국의 극진한 인도 환대가 코끼리(인도)로 용(중국)을 견제하려는 ‘이이제이’ 전략이라면, 일본의 중국 밀착은 강한 상대를 친구로 만들어 안전을 꾀하려는 ‘끌어안기’ 작전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인도·일본의 아시아 세 강자가 언제나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고 주도하지만, 중국의 정치·군사 대국화를 견제하는 데는 미국·일본·인도가 공동 대응하고, 지구온난화 문제는 네 나라 모두가 협력하는 식으로 변화무쌍한 짝짓기를 한다. 하지만 절대 놓쳐선 안 될 사실은 중국이 언제부터인가 네 강대국이 벌이는 ‘아시아 체스판’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채 날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커진 힘을 바탕으로 대외정책의 중심을, 드러내지 않고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에서 적극 참여해 뜻을 이루는 ‘유소작위’로 옮기고 있는 영향이 클 것이다. 유소작위 정책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한반도 정책이다. 중국은 미국의 양대 강국(G2)론에 대해 발전도상국이며 패권에 반대하고 다극화를 추구한다는 논리로 반대한다면서도, 한반도 문제에는 이전과 달리 매우 적극적이다. 유엔 제재 결의가 발동중인데도 북한에 대규모 원조를 하며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게 좋은 사례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밝힌 것처럼, 여전히 선핵폐기론에 입각한 대북압박론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중 관계가 삐걱거린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고려한 듯, 최근 전문 외교관 출신의 주중대사를 1년6개월여 만에 경질하고 후임으로 이 대통령의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씨를 내정했다. 류씨는 이 대통령의 채근으로 조만간 임지로 떠날 예정이다. 류씨가 이 대통령과 직접 통하는 실세라는 점에서, 양국간 소통을 개선하는 덴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가 지리적 관점에서 나라의 정책을 연구하는 지정학 전공 학자라는 점도 새로운 중국 전략을 짜는 데 유리한 요소이다. 그러나 실세 대사의 급파가 문제 해결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일 뿐이다. 한-중 불화의 근본 원인이 대사가 아니라 두 나라 사이 대북 접근 방법의 차이와 우리의 급격한 미국 중시 정책에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는 주중대사 교체를 계기로 해일처럼 밀려오는 거대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나라의 안전과 번영에 도움이 될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랜드바겐이나 5자 협의 같은 내용 없는 말을 남발하기보다는 중국을 축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큰 미-중-일 삼각 공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오태규 논설위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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