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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12분

등록 2005-06-02 21:20수정 2006-02-21 18:38

아내는 항상 일찍 일어난다. 조금이라도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운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놓고 결혼 초기에는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둘 다 무심하다.

통계청이 내놓은 ‘2004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보니, 많은 성인 남성이 비슷한 듯하다. 여성보다 매일 3분 더 자고, 식사에 6분 더 사용하니 말이다. 여기에다 몸씻기와 이·미용 등 개인관리 시간을 포함하면 ‘필수생활 시간’이 되는데, 여성은 잠과 식사에서 아낀 시간의 대부분을 개인관리에 더 쓴다. 그래서 성인 남녀의 필수생활 시간은 각각 하루 10시간35분, 10시간33분으로 비슷하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일에다 이동·학습 시간을 더한 ‘의무생활 시간’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남성은 7시간52분, 여성은 8시간16분으로 여성이 24분 더 많다. 매일 24분이면 연 146시간, 곧 하루 여덟 시간씩 열여드레 더 일하는 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맞벌이 가구 아내의 노동시간이 긴 데 있다. 가사노동을 합친 아내의 노동시간은 8시간42분으로, 7시간6분인 남편에 비해 한 시간 반 이상 더 많다. 우리처럼 국토가 넓지 않고 인구 규모도 비슷한 영국의 경우 2000년 조사에서 맞벌이 부부가 일하는 시간이 7시간50분으로 똑같았다. 신기하게도 부부의 노동시간을 더하면 우리와 거의 같다.

의무생활 시간은 사회가 발전해도 잘 줄지 않는 하방 경직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전체의 의무생활 시간(8시간5분)은 1961년 영국 성인(8시간7분) 수준이다. 이후 영국인들은 40여년에 걸쳐 하루 25분 가량을 줄였을 뿐이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마음만 먹으면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있다. 모든 성인 남성이 매일 배우자의 가사노동 가운데 12분을 더 떠맡는 것이다. 설거지 두 번을 더해 남녀평등을 이룰 수 있으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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