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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효순칼럼] 어울리지 않는 합창

등록 2009-12-06 21:36

김효순 대기자
김효순 대기자
이런 말을 하면 다른 기자들에게 욕을 먹을지 모르지만 정치부 기자가 언론계를 군림하는 듯하던 시기가 있었다. 정치부 기자가 다른 부문의 기자보다 능력이 뛰어나거나 기자로서 전범을 보였기 때문은 물론 아니다. 언론이 정권의 통제 아래 있던 때, 언론이 정권 핵심부가 두는 장기판의 졸로 전락했던 때 정치부에서 관록을 쌓은 기자들은 오히려 잘나갔다. 권력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면 소속 회사의 위계구조에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정치부장을 거치지 않고 편집국, 보도국의 지휘봉을 잡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조금 생각을 바꾸면 ‘정부미’를 먹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권력자를 가까이 모시는 자리에 가 언론에 ‘주문’을 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권언유착의 근간에 관련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하는 정치부 기자들의 고민이 없을 리가 없었다. 기사를 제대로 쓰지 못하더라도 취재원과의 관계나 기자실에서의 발언 행태를 보면 고민의 정도가 자연히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김인규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은 36년 전 공채 1기로 입사했다. 권위주의 통치와 땡전 뉴스가 난무하던 시절에 정치부 기자를 했으니 심경이 평탄치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저항과 장애물을 뚫고 사장에 취임한 그에게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케이비에스를 지키기 위해 사장이 됐다는 말을 들을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대적 탕평인사, 직종간 벽 제거, 세계적 콘텐츠 제작 등의 포부를 밝히며 양심을 걸고 케이비에스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엄혹했던 시절 그의 행동거지를 기억하는 옛 동료기자들이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번 설문조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궁금하다.

사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한겨레>의 구호다. 한겨레가 선점했다고 해서 소유권을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한겨레가 이 궁극적 목표를 향해 얼마나 성취를 해냈는지는 주주와 독자, 나아가 시민사회가 뜨겁게 시비를 다툴 일이다. 현실 상황에서 이루어내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헤프게 사용할 말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지낸 사람이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이 툭 뱉어내면 숭고한 목표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방송공사만이 아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재현되고 있다. 권력기관들이 더욱 그렇다. 안아무개 전 국세청 국장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그가 부인과 짜고 고가의 미술품을 강매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세청의 내부 비리 고발은 사실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지난 정권에서 잘나가다가 현 정권에서 팽당한 한이 있다고 해도 그는 평생 공무원을 한 사람이다.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숙지했을 것이다. 의혹의 한 축인 한상률 전 청장은 수사가 시작되기 전 어디서 귀띔을 받았는지 출국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는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당사자의 하나이기도 하다.

검찰이 정치권을 상대로 은근히 사정 태풍을 예고한 모양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총리까지 지낸 사람의 이름까지 공공연히 언론에 거론된다. 의혹의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누구도 수사 대상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전 청장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도무지 수사 의지를 느낄 수가 없다. 검찰총장은 선진 수사방안을 요란하게 선전해놓고는 기자들에게 촌지를 돌리다 망신만 당했다. 검찰 수뇌부가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허울 좋은 소리만 하면 그저 공허하게 들린다.

김효순 대기자hyo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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