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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녘말] 방송 용어 / 전수태

등록 2009-12-07 18:12

생전에 김일성 주석은 “오늘 남조선 방송에서는 여자들이 남자에게 아양을 떠는 코맹맹이 소리를 그대로 쓰고 있다” 하며 서울의 방송 언어를 못마땅해한 일이 있다. 북녘에서 남한 방송을 몰래 들었던 탈북 서울 거주자는 부드럽고 고운 목소리에 매료되어 아나운서나 성우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녘의 방송 언어는 아직도 힘차고, 거칠고, 기세가 등등하다. 때로는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은, 성명을 발표할 때 품위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이 아니냐는 남녘 기자의 질문에 “사람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데에 칼질을 할 때 우리의 감정이 어떨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우리는 리춘희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방송원(아나운서)이 오후 5시와 8시 두 차례에 걸쳐 <조선중앙텔레비전>의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10분간 뉴스를 전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1974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는데, 지금도 하루 3시간 이상 신문 읽기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보도를 할 때는 ‘경건한 마음을 안고 정중하게’ 해야 하고, ‘원쑤’를 치는 보도의 경우에는 ‘증오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데, 이런 훈련을 하는 데는 신문 읽기가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다.

전수태/고려대 전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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