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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정치사정의 전제는 검찰개혁이다 / 김종철

등록 2009-12-08 21:46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
다시 검찰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를 내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야권이 정치공작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민들 중에서도 이번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강압수사의 악몽을 떠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브리핑을 통해 직접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않은 차이점을 강변함은 물론 정보유출 자체를 부인한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에 공감할 사람은 많지 않다. ‘힘을 잃은 권력자’에 대한 수사는 언론의 취재망에 잘 걸리고 정작 국민이 관심을 가진 ‘살아있는 권력자’에 대한 수사는 왜 비밀이 잘 유지되는지 의아해하는 것이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관련된 의혹도 관련자의 탄원성 폭로를 통해 알려지고 있을 뿐인 것과 대조적이다. 대통령의 사돈을 비롯해 주변 인사에 대한 수사도 형평성을 잃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대통령의 동창들이 4대강 사업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 검찰의 대응이 미온적인 것도 그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사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정치적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야간집회에 대한 무차별적 기소는 집시법상 근거조항이 헌재의 불합치 결정을 받음으로써 법적용의 과도함이 증명되었다. 시대착오적인 법률적용으로 인터넷상의 표현을 억압하려던 미네르바 사건의 당사자는 무죄로 석방되었다.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경영상의 조치에 업무상 배임 혐의를 부과하였던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도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외에도 <와이티엔> 사태의 노조원과 엑스파일 공개 사건의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 대해 무죄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용산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무리한 경찰권 행사에 대한 무혐의 결정은 물론 법원의 수사기록 공개명령을 불이행함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산 것도 검찰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검사의 정치적 중립과 권한남용 금지를 규정한 검찰청법 제4조 2항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형사사법의 집행기관인 검사의 정치적 중립은 민주국가의 당연한 요청이다. 국민은 정치적 부패를 원하지 않지만 법의 자의적 적용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정치자금을 법이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돈의 힘으로 국민의 주권적 의사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규제법을 적용하는 검찰이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함으로써 스스로 정치탄압의 도구로 전락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잘못을 범하는 격이다. 그러므로 정치과정의 민주화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정치인, 특히 야당 인사에 대한 수사는 신중하고 형평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스스로 정치화의 굴레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민주검찰만이 정치적 거악을 해소할 권위를 가진다.

결국 정치적 사정에 못지않게 정치검찰을 일소하기 위한 대대적인 검찰개혁이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최대 현안이 되어야 한다. 우선 검찰의 정치화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데서 기인하므로 검찰권의 분권화가 시급하다. 대검 중수부의 해체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과 같은 기소권의 통제, 수사권을 분리하여 사정기관을 다원화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을 현실화하여야 한다. 검사가 법무부를 장악하여 스스로 정치화하는 관행도 하루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한 전 총리는 내년 선거에서 야권의 유력 후보자다. 그에 대한 수사는 정치공작의 혐의에서 자유로운 공정한 법집행이 되어야 한다. 그 전제는 검찰의 신뢰회복이며, 국민의 신뢰는 검찰개혁으로부터 나온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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