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론] 경제적 타당성 제로의 4대강 사업 / 홍헌호

등록 2009-12-16 20:49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정부가 내년 말까지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의 공정을 60% 이상 끝내겠다고 밝혔다. 아연실색할 일이다. 다목적댐의 기본설계에서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렸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4대강 사업의 추진 속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대부분 생략하고 진행된다.

정부가 왜 이렇게 4대강 사업을 서두르는 것일까. 그들은 이 사업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정부는 8억t의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잘못된 수요 예측이 가져온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다. 8억t 물부족론은 건설교통부가 2006년 세운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계획은 1일 1인당 생활용수 기준수요량을 450ℓ로 설정하고 생활용수 공급량이 이에 미치지 못하므로 우리나라에 8억t의 물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1일 1인당 기준수요량 450ℓ라는 수치는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으로 현실성이 전혀 없다. 세계물협회(IWA)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선진국들의 1일 1인당 물사용량은 독일이 133ℓ, 영국 146ℓ, 일본 331ℓ에 불과하다. 정부가 생활용수 기준수요량을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한 결과 우리나라 물 수요가 일본에 비해 전체적으로 18억t 이상 과다추정되었다.

정부는 홍수예방을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다. 홍수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지방의 군소하천이지 4대강 등 국가하천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방재협회가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보면 국가하천의 홍수피해액 비중은 전체 하천의 3.6%에 불과하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내놓은 ‘하천재해예방사업 기본계획’에서도 투자우선지역에 대한 투자비 중 국가하천에 대한 비중은 고작 1.2%다.

정부는 또 거대한 보 축조가 수질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다. 지난해 울산발전연구원은 태화강 보 철거 이후 강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4.0ppm에서 2.0ppm으로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지난해 고양시 곡릉천 보 철거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보 철거 전후 1년 사이 생화학적산소요구량이 3.4~6.1ppm에서 1.6~2.1ppm으로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또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이 3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40조원의 생산을 유발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계산법은 신뢰도가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것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경제적 타당성과는 무관하다. 그 돈을 복지사업에 투자하면 토목업보다 3배 이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또 복지투자액 대부분이 소비로 이어지면 그것의 생산유발효과가 토목업보다 더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을 보더라도 지속적으로 복지투자를 늘리는 반면 토목업 비중은 줄이는 추세다. 토목업의 경제적 효율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지방공항 투자실패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토목업의 경제적 효율성은 투자 후의 이용편익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지 토목업 투자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토목업 투자 자체가 효율적이라면 전국 시군구에 지방공항을 하나씩 세워도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은 그것이 투자된 비용에 비하여 더 많은 편익을 남겨주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필자가 수많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는 이 사업이 전혀 그렇지 못하고 천문학적인 예산낭비만을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