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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홀씨 / 우재욱

등록 2009-12-17 18:38

1970년대에 발표한 오영수의 <실겆이꽃>이라는 중편소설에는 제목과 같은 실겆이꽃이라는 식물 이름이 나온다. 실겆이꽃은 소설의 배경인 제주도 말이거나, 아니면 작가가 지어낸 가공의 식물로 여겨진다. 씨에 갈퀴 같은 것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짐승에 묻어 다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식물도 대를 잇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씨를 퍼뜨린다. 씨에 깃털 같은 것이 붙어 있어 바람에 날려가기도 하고, 새나 짐승의 먹이가 되어 흩어지기도 한다. 또 소설 속의 실겆이꽃처럼 사람이나 짐승에게 달라붙어 멀리까지 퍼뜨리는 것도 있다.

“홀씨는 스스로 방향을 찾지 못한다. 바람이 부는 대로 간다.” 신문에 게재된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글 바탕에는 바람에 날려가는 민들레 씨앗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도 작가는 민들레처럼 깃털 같은 것이 있어서 바람에 잘 날려가는 씨앗을 ‘홀씨’라고 알고 있는 듯하다.

홀씨는 식물이 무성생식을 할 때 만들어내는 생식세포를 이른다. 보통 단세포로 움이 트기 때문에 홀씨라고 한다. ‘홀’은 단(單)의 우리말이다. 이렇게 꽃이 피지 않고 홀씨에 의해 번식하는 식물을 포자식물이라고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포자식물로는 고사리가 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생물 시간에 고사리의 세대 교번을 공부하면서 ‘장란기’ 또는 ‘장정기’라고 하여 홀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운 기억을 되살려 보면 될 것 같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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