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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미디어렙, 1공영 1민영으로 시작하자 / 김민기

등록 2009-12-22 21:21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지난 18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광고 판매대행 관련 법안(미디어렙법) 공청회는 네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여섯 의원이 각기 다른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진술인 열 명의 의견도 십인십색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공청회 의견은 방송광고 미디어렙을 1공영 1민영으로 출발하자는 안과 1공영 다민영으로 시작하자는 안으로 나뉘었다. 또 방송사의 소유지분을 51%까지 허용하여 방송사가 책임경영을 하게 하자는 안에서부터 방송사의 지분 소유를 금지하자는 안까지 나왔고, 지상파 광고만 대행하도록 하자는 주장과 종편과 보도 등도 판매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엇갈렸다.

이렇게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주장이 쏟아질 때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통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즉,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를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이유를 다시 한번 찬찬히 음미해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헌재 결정은 두 가지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 조항은 지상파방송사 영업을 미디어렙에 ‘위탁하도록 강제하는 부분’과 대행 자격을 한국방송광고공사 및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출자한 회사로 ‘제한하는 부분’을 함께 포괄하고 있는데, 헌재 결정은 ‘대행 제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직업수행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명시했다. 반면 ‘위탁 강제’에 대해서는 “방송사와 광고주 간의 직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방지하고 방송의 편성 및 제작을 광고영업과 분리시켜 방송경영의 합리화와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음”을 설시함으로써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 헌재는 결정문에서 허가제 도입과 아울러 입법 때 고려사항으로 △중소 방송국에 일정량의 방송광고를 제공할 것 △공익성·공공성 훼손 영업 시 허가 취소 등을 제시했다.

헌재 결정이 뜻하는 바는 명확하다. 방송사는 반드시 미디어렙을 통해 영업을 하라는 것과, 미디어렙을 한국방송광고공사 및 그 출자회사로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미디어렙의 영업에 있어 공익성·공공성을 추구하며, 취약매체에 일정량의 쿼터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디어렙의 도입에 있어서는 방송의 공영성과 아울러 방송광고의 공영성도 담보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디어렙 체제는 경쟁성을 도입하되 1공영 1민영으로 시작하여 시장의 적응과 완충효과를 확보하는 것이 순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시점인 도입 3년차를 중간점검의 계기로 삼아, 방송의 공공성·공익성·다양성 실현 정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소유지분에 있어서는 방송사의 자회사가 되지 않는 선, 즉 2대주주 정도로 한정해야 미디어렙 영업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추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취약매체에 대한 지원은 지상파 방송광고액의 15%를 할당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헌재 취지에 부합할 터이다. 그러나 취약매체 지원방안이 실제 시장에서 실효성을 담보받기 위해서는 경쟁유형의 설정이 중요한 전제가 된다. 만약 ‘1공영 다민영’이 도입될 경우, 법률에 지원방안을 명시하더라도 이윤 추구가 목적인 영리사업자의 특성상 취약매체 지원은 시늉에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강제위탁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따라 엇갈린다. 거대 신문과 케이블협회에서는 지상파에만 한정시키는 것을 선호하는데, 보도 편성과 영업의 분리를 전제로 하는 헌재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다. 사회적 합의와 숙고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어떻든 미디어렙 법안은 이제 오늘 열리는 문방위 입법소위로 넘어갔다. 그 법제화 과정이, 경쟁체제의 효과가 조화롭게 균점되고, 광고산업 진흥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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