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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고사성어다듬기] 거꿀비늘(역린) / 정재도

등록 2009-12-23 22:06

중국 춘추시대 말기에 한비가 지은 <한비자>의 ‘세난편’은 임금을 타이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적은 것이다.

임금이 명예를 부러워하는 때에 이익을 가지고 타이르면 나쁜 놈이라고 멀리해 버린다. 거꾸로 이익을 탐내고 있는데 명예로 타이르면 실용성이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명예를 좋아하는 척하고 있을 때 명예로 타이르면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쓰지 않고, 이익으로 타이르면 속으로는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나쁜 놈이라고 멀리해 버린다. 그러므로 임금을 타이를 때에는 그의 기분을 잘 살펴서 요령 좋게 끌어들이도록 해야 하며 조금치도 화를 내게 하는 것 같은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끌어대기(비유)다.

‘용’이란 놈은 잘 다루면 좋아하여 말을 잘 들어서 올라탈 수도 있지마는, 어쩌다가 목 밑에 있는 지름 한 자 정도의 ‘거꿀비늘’(역린: 거꾸로 박혀 있는 비늘)을 건드리거나 하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여 버린다. 임금에게도 거꿀비늘이 있다. 타이르는 사람이 임금의 거꿀비늘을 건드리지 않게 할 수 있으면 ‘될성부름’(가망성)이 있다고 봐도 된다.

이 대목에서 임금의 노여움에 걸리는 일을 “거꿀비늘을 거스름”이라고 하는 것이다.

보통 같아서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아 그냥 넘어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시원하시겠습니다” 하고 알랑방귀를 뀌는 것도 한 처세술일런가.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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