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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우리는 억울해서 법원을 찾아갔다 / 문영희

등록 2009-12-28 19:24

문영희  전 동아투위 위원장
문영희 전 동아투위 위원장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www.donga1024.or.kr) 위원 103명이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출하였다. 전체 위원 113명 가운데 10명은 각자 개인 사정으로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동아투위 위원은 생존자가 99명, 고인이 되신 분이 14명이다. 고인들의 경우에는 유족들이 소송에 나섰다. 이들이 35년 만에 다시 법원을 찾게 된 것은 너무 억울해서다.

동아투위가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내게 된 동기는 지난해 10월29일 발표된 ‘75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태와 언론인 대량해직 사건’에 대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 결과에 있다. 동아투위는 2006년 봄 진실화해위에 ‘동아사태’의 진상규명을 신청하였고, 독립된 정부기구인 진실화해위는 2년이 넘는 조사 끝에 ‘동아일보사에 대한 광고탄압과 언론인 대량해직은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전신)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의 일환’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해직사태의 가해자가 밝혀진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이 조사결정문에서 “당시 광고탄압과 언론인 대량해직 사건은 유신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언론탄압정책에 따른 것으로 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언론탄압이자 인권침해행위”라며 국가에 “동아일보사와 해임된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정당한 평가와 함께 적절한 피해회복조치를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진실화해위는 또 동아일보사에는 “비록 광고탄압이라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야기된 경영압박이 있었지만, 자사 언론인들을 정권의 요구대로 해임한 것은 유신정권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한 것”이었다며 “동아일보사 역시 해직된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명예회복과 피해회복 등 적절한 화해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는 물론 동아일보사까지 1년이 지나도록 정부기관의 권고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더구나 국정원과 동아일보사는 지난 연말 연초에 진실화해위의 결정에 불만을 품고 각각 이의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동아일보사는 또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여름에는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진실화해위의 동아일보사 관련 결정은 무효’라는 취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가 지난 17일 역시 각하당했다. 그들은 지난 35년 동안 ‘언론인 대량해직은 경영난과 사규 위반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동아투위는 이번 소송에 대비하여 법무팀을 따로 만들어 오래도록 준비를 해왔다. 동아일보사가 한겨레의 ‘언론권력 대해부’ 시리즈 기사를 문제 삼아 제기했던 명예훼손 사건 판결문을 모두 검토하였으며, 동아일보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지난 70년대 경영상태가 정말 ‘경영난’이라고 볼 만큼 나빴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였다. 또 광고탄압 당시 동아일보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취재보도했던 외신기자들의 당시 기사와 최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증언과 자료를 확보하였다. 그 결과 밝혀진 사실은 동아일보사는 어느 한 해도 적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경영난’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동아투위는 지금 국가를 상대로 재판을 하려는 것이다. 동아일보사도 같은 피해자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들은 정부 편을 든다는 인상이다. 그 속내를 알 길이 없다. 동아투위는 진실화해위의 결정문을 “동아투위는 법정으로 가서 명예를 회복하고 적절한 피해배상을 받으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런 결정문 하나 무슨 신줏단지처럼 모셔놓고 인생을 마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국가도 동아일보사도 모두 모른척하니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다. 그래서 법원을 찾아간 것이다.

문영희 전 동아투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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