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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미니빙하기의 시작? / 오재호

등록 2010-01-15 20:59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지난 1월4일 서울에 쏟아진 25.8㎝의 폭설이 41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하루 최대 적설량 기록을 바꾸어 놓았다. 모스크바와 독일에서도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졌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북부지역 역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몰아쳤고, 평소 비교적 따뜻한 지역인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도 이상한파로 많은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킬대 라티프 교수는 “최근의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이산화탄소 배출과 상관없는 자연적 주기에 의한 것이며, 그 온난화 주기들이 이제는 거꾸로 바뀌어 앞으로 20∼30년 동안은 기온이 내려가는 ‘미니빙하기’(mini ice age)가 기후변화의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지구가 지구온난화로 걸린 중병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 온도를 낮추는 이른바 자정작용의 결과로 한파가 나타나고 있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 우리가 한파와 폭설로 고생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모두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다. 정말 이 주장대로 지구온난화는 허구이고 이제 빙하기가 시작되는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날씨와 기후를 구분해야 한다. 날씨라 함은 매일의 하늘 상황을 말한다. 하지만 기후는 적어도 지난 10년 이상, 세계기상기구에서는 30년 평균 날씨를 말한다. 출렁이는 파도 위에서 뱃머리는 끝없이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때마다 배가 앞으로 또는 뒤로 가라앉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는다. 이는 짧은 주기의 파도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긴 시간을 두고 보면 배는 그냥 조용하게 물 위에 떠 있을 뿐이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한파는 기후를 결정하는 긴 시간에 비추어 보면 아직 날씨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시 말해 현시점에서 지구온난화가 사라지고 미니빙하기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는 다소 성급해 보인다. 또 어떤 학자는 지난 수백만년간 지속된 빙하기와 간빙기의 기후변동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너무 긴 주기의 기후변동을 이야기하고 있어 지금 상황과는 상관이 매우 떨어진다. 한파는 아직 한 계절에 불과하고, 전세계가 우려하는 지구온난화는 지금부터 50년에서 100여년 사이에 일어날 기후변동과는 사뭇 다르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정책이 불편한 사람들은 종종 서로 다른 주기성을 혼용하여 현재의 기후변화를 왜곡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적어도 이런 한파가 앞으로 10년 넘게 계속되어야 지구의 기후가 정말 ‘미니빙하기’에 들어가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적어도 수십에서 수백년 지속되어야 지구가 다시 빙하기로 들어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지구촌 모든 곳에 한파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영하의 날씨이던 알래스카를 비롯해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때아닌 더위가 나타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철로가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등, 지금 여름을 보내고 있는 남반구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난리다. 다만 우리가 춥기 때문에 그 소식이 크게 들리지 않을 뿐이다. 아직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고 있는 까닭에 지구온난화는 사라진 것이 아니고 다만 주춤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한랭한 기후를 만드는 불명확한 요인이 사라지면 지구는 온난화의 길을 다시 걸어갈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추운 날씨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잊거나 빙하기-간빙기의 긴 주기의 자연적 변동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왜곡해 위기에 처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잃지 않아야 한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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