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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수신료, 사회적 논의기구 만들자 / 최영묵

등록 2010-01-24 19:34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방송> 사장에 이어 방송통신위원장도 수신료 인상을 공언했다. 현행법상 수신료는 한국방송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에서 승인하면 올릴 수 있다. 수신료 인상을 원할 경우 한국방송은 산출 내역, 시청자위원회 의견, 여론수렴 결과, 이사회 의결 내용을 방송통신위에 제출해야 한다.

국내 방송의 수신료(청취료, 시청료)는 경성방송국 때부터 있었다. 당시 라디오 청취료는 1원이었다. 1946년 미군정은 체신부령 1호를 통해 라디오 청취료를 10원으로 정했다. 63년 군사정부는 텔레비전 실시에 따른 재정확보를 위해 관련법을 제정하고 시청료를 100원으로 정한다. 73년 한국방송이 공사가 된 후 시청료는 800원까지 올랐다. 81년 컬러텔레비전이 시작되면서 시청료는 2500원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90년 이후 모든 한국방송 사장은 수신료 인상을 공언했으나 성공한 사람은 없다.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난 30년간 2500원으로 동결되었고, 공영방송인데도 광고 비중이 너무 높으며, <비비시>(BBC)와 같은 외국 공영방송 수신료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 등이다. 수신료가 싸기 때문에 수백억 흑자가 나는 한국방송을 위해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 먼저 인상을 통해 국민에게 어떤 공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80년대 중반의 ‘시청료 거부운동’을 기억한다. ‘땡전뉴스’에 질린 시민들이 적극 동참하여 88년 시청료 징수율이 44.3%까지 내려갔다. 노태우 정부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방송공사법을 개정했다. 우선 시청료라는 용어를 수신료로 바꾼다. 시청료라고 하니까, 안 보니까 안 내겠다는 주장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95년 이후 수신료는 한국전력에 위탁되어 전기세와 통합돼 부과되었다. 징수율은 99%까지 올라갔고 징수비용은 절반으로 줄었다.

수신료 인상 논의의 전제는 여론수렴과 한국방송 이사회의 의결이다. 아직 이사회 의결은 없었고, 여론수렴을 어떻게 했고 결과가 무엇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럼에도 한국방송 사장과 방통위원장이 나섰고, 과거에 적극 반대했던 한나라당과 보수신문들은 조용하다. 1월 중에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수신료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공영방송 재원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방송법에서 의무화한 공정한 ‘여론수렴’을 위해서다. 한국방송에서 여론을 조사할 경우 신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둘째, 텔레비전 수신료는 한국방송 쌈짓돈이 아니고 <교육방송>(EBS)을 포함한 공영방송 재원이라는 점이다. 끝으로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강화를 위해서다. 독일은 94년 이후 ‘방송사재정수요조사위원회’(KEF)에서 공영방송의 예상 수익, 제작비용, 인건비 등을 고려하여 수신료를 결정하고 있다. 수신료 결정에 정부와 정당이 개입하면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절박한 이유가 있더라도 수신료 인상은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국민 모두의 부담이 늘어나는 데 반해 돌아올 혜택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허가될 종편채널에 광고시장을 넘겨주기 위한 인상이라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편을 위한 인상이라면 부당한 정책인 것이고, 사실이 아니라면 그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의혹 해소 없이, 사회적 논의 없이 수신료가 인상될 경우 ‘시청료 거부운동’과 같은 범국민 저항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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