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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종석칼럼]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역설

등록 2010-01-31 20:47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한시도 불안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 남북관계를 보면서 기존의 포용정책을 부정하고 체계적 전략 없이 임기응변과 정략으로 일관해온 대북정책의 귀결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서해 북방한계선에서는 북한이 훈련을 구실로 대포를 쏘아대고 교전이 발생했으며, 금강산에서는 우리 관광객이 북한군 총격에 피살되었다. 개성공단에서는 우리 근로자가 북한에 장기간 억류되었고, 남북은 툭하면 서로 삿대질을 해댔다. 지난 2년간의 남북관계 이력서는 역설적으로 대북 포용정책이 얼마나 유용했는지를 말해준다.

참여정부 5년간 남북 사이에는 한차례의 교전도 없었으며, 남북대결로 인해 군인이건 민간인이건 단 한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에 휴전선을 뚫고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었으며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증진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 격세지감을 정부는 무슨 말로 변명할지 궁금하다.

이명박 정부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과적으로 남북관계만 흐트러지고 시끄러우며 더 불안해졌지 북한이 변한 것은 없다. 오히려 북한은 더 호전적이 되었고 우리에게 더 큰 위협요소로 다가왔을 뿐이다. 정부가 몇 년을 더 현재 정책을 고집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최근의 남북대화 움직임조차도 남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2차 핵실험 이후 북-미 관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대외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북한의 전략적 공세 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국자들이 그렇지 않아도 ‘트집거리’를 찾는 북한에 수시로 빌미를 제공하는 것도 문제다. ‘북한 선제타격’ 발언이나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 언론 유출 등이 보여주듯이 툭하면 터져나오는 당국자들의 불필요한 대북 강성 발언과 부주의한 대북문제 접근이 지난 2년간 끊이지 않았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여러 계획을 준비하고 북한 급변사태에도 대비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대화와 안보증진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우리 현실에서 이를 비공개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당국자들이 나서서 이를 무시하는 치기를 부린다. 비밀리에 추진했던 남북 정상회담의 협의내용을 줄줄 언론에 흘리는 당국자도 있다. 필경 정권 과시용으로 흘리는 이런 행위를 보면 정상회담 추진마저도 성사 자체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북관계의 안정과 발전은 곧 안보환경이 개선되는 것이며 어려운 우리 경제의 외적 환경이 나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 정부라면 누구든 이를 위해 충돌과 분쟁의 가능성을 막는 평화유지(peace keeping) 정책과 현재의 적대적 분단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평화증진(peace making) 정책을 동시에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대적인 남북관계가 지닌 위험성을 간과하고, 이 적대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서로 헐뜯고 상대의 대포질에 맞대응이나 하는 정도를 대북정책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대북정책의 본령이다.

국민의 안녕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대북접근에서 실패할 겨를이 없다. 길은 하나라고 본다. 이름을 무엇으로 명명하건 상관없다. 이미 실용성이 입증된 포용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조처를 추구하며, 나아가 현재의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길을 모색하며,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교류확대와 남북이 공동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제반 경제협력 사업들을 장려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구상과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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