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북한은 올해 들어와 주민들의 ‘식의주’ 문제 해결을 유별나게 강조하고 있다. 연초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고 호소한 데 이어 “흰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이라는 김일성의 유훈을 재강조하면서 소망을 고취시키고 있다.
경공업과 농업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의 주공전선”으로 설정하여 전당적, 전국가적인 힘을 여기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지난 15일에는 적십자 채널을 통해 옥수수 1만t을 지원받겠다고 통보해 왔다.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26일 북측에 지원 의사를 통보한 지 근 3개월 만의 반응이다.
현재 북한 실정으로 볼 때 주민들의 먹는 문제와 입는 문제, 신발·비누 등 일상용품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라도 해결되지 않고서는 ‘인민생활 향상’을 거론하는 것은 말잔치에 불과하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이 올해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여러 가지 실천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북한이 원하는 바대로 가시적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왜 그런가? 북한은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경공업 혁명’, ‘경공업의 해’, ‘경공업·농업 제일주의’ 등을 표방해 왔으며, 2004년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농업을 그해의 주공전선으로 설정한 바 있다. 올해 초 새삼 강조하고 있는 김일성의 ‘흰쌀밥’ 유훈은 이미 1960년대 초부터 제기된 것이다.
북한은 2005년에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해 열렸던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남한이 의류, 신발, 비누 등 경공업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해 주면 북한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광물자원으로 상환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 있고, 실제로 최종 합의에 이르러 그 일부가 시행된 바 있다.
이 사업 추진에 따라 남측이 유상으로 북측에 제공한 경공업 원자재는 총 94개 품목에 8000만달러 상당의 물량으로, 이는 연간 북한 주민 1인당 작업복 0.67벌, 신발 0.88켤레, 비누 3개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올해 남북협력기금 예산에 반영된 대북 쌀 지원 물량 40만t은 북한 자체 쌀 생산량의 20%에 달한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기 원한다면 2010년도 경제정책의 주공전선을 북쪽에 한정해서는 성과를 기대할 게 없을 것이다. 지난 20여년간의 실적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2005년도 당국간 회담에서 그러했듯이 북한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주공전선의 한 축을 남쪽에 맞추어야 한다. 그 길만이 주민 생활 수준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 상생공영 대북정책의 실천 전략이랄 수 있는 ‘비핵·개방·3000 구상’의 5대 중점 프로젝트 중에 ‘북한주민 생활향상 지원’이 있다. 북한이 올해 정책목표로 내세우는 ‘인민생활 향상’과 사실상 동일한 개념이다. 우리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서 구상하고 있는 세부사업들을 북한의 현실과 미래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현시점에서 정밀하게 가다듬어 놓음으로써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남과 북의 정책방향이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면 아무 효과도 낼 수 없다. 올해 초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주공전선과 현 정부 대북정책의 북한주민 생활향상 지원 프로젝트가 접점을 찾을 때 북한 ‘인민생활 향상’에 서광이 비치게 될 것이다. 박흥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남과 북의 정책방향이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면 아무 효과도 낼 수 없다. 올해 초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주공전선과 현 정부 대북정책의 북한주민 생활향상 지원 프로젝트가 접점을 찾을 때 북한 ‘인민생활 향상’에 서광이 비치게 될 것이다. 박흥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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