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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너무 / 우재욱

등록 2010-02-04 18:34

‘너무’는 동사 ‘넘다’에서 파생한 부사다. 넘다의 어간 ‘넘’에 접미사 ‘-으’가 이어져 ‘너므’로 되었고 다시 ‘너무’로 변했다. ‘너므’가 ‘너무’로 된 것은 유추(아날로지) 현상으로 볼 수도 있고, 음운론적으로는 입술소리되기(순음화) 현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너무’는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는 뜻이다. 그래서 좋지 않다는 의미와 어울린다.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아예 큰 양푼에다 가득 담아 왔다면 ‘너무 많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너무’가 ‘매우, 무척, 아주’ 등의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너무 좋다’, ‘너무 맛있다’, ‘너무 재미있다’ 등의 말은 하루 종일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되었다. ‘너무 맛있다’고 했다면 사전적 해석으로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 맛있다’는 뜻이 아님은 자명하다. 매우 맛있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사전이 ‘너무’의 새로운 뜻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왔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아직도 외면하고 있지만, 일부 사전은 ‘속어’로서 매우, 무척이라는 뜻으로 설명해 놓았다.

그러나 ‘너무’가 본래의 뜻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뜻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어의전성이 일어났지만, 본래의 뜻으로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본래의 뜻과 새로운 뜻을 모두 인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다만 말을 쓰는 쪽이나 듣는 쪽 모두 뜻을 골라 쓰고 골라 들어야 할 것이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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