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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재판보도를 해선 안 된다고? / 하승수

등록 2010-02-07 20:41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지난 1월20일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에 대한 1심 무죄판결 선고가 있었다. 그 직후인 1월26일 피디수첩은 ‘형사소송 1심 피디수첩 무죄’라는 제목으로 약 8분가량의 후속보도를 했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된 부분들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판결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그 후속보도가 다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도마에 올라가 있다.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문제가 되고 있는 방송심의규정 11조는 “재판이 계속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피디수첩의 후속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보도 내용이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방송통신심의위가 심의를 하게 되겠지만, 이 사건은 ‘언론의 자유’와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1심 재판의 판결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 재판에 관한 언론 보도의 폭은 매우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디수첩의 후속보도 내용은 방송심의규정 11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다.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형사소송 절차상 2심 재판부가 정해지면 1심 재판의 기록을 검토하고 1심 판결문에 대해서도 검토를 하게 된다. 필요하면 2심에서 증거조사를 하고 양측의 주장을 듣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2심 판결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의 내용을 정리한 방송을 보고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법관들이나 재판 절차를 너무 무시하는 주장이다.

또한 피디수첩의 후속보도가 방송심의규정 11조를 위반한 것이라면, 다른 사건에서도 1심 판결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친 억지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1심이든 2심, 3심이든 법원의 판결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사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사건에 대해서는 수많은 예측보도들이 있었고, 1심 판결이 내려지면 그에 관한 보도들도 있어 왔다. 삼성 일가 관련 재판,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미디어법 관련 헌법재판 당시의 언론 보도들을 상기해 보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그리고 재판 후에 수많은 언론 보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보도들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피디수첩의 후속보도가 전파를 사유화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자사 보도 내용을 변명하기 위해 무죄 홍보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 내용을 보면, 일방적인 자기주장을 편 것이라기보다는 쟁점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 내용을 소개한 측면이 강하다.


어차피 피디수첩의 애초 보도 내용이 허위였는지, 그리고 고의적인 조작이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아직 2심, 3심 재판을 거쳐야 확정이 될 것이다.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후의 재판 과정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특히 방송심의규정의 내용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면서까지 언론 보도에 대해 족쇄를 채우려는 것은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므로, 이해관계의 유불리를 떠나서 보장되어야 한다.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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