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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화이부동’의 길 / 김규종

등록 2010-02-12 17:05수정 2010-02-12 17:50

김규종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김규종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지방선거가 6월2일로 다가왔다. 넉달이 채 남지 않았다.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자들의 면모가 연일 언론지상에 보도된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이르는 이른바 수구·보수층과 진보의 건곤일척 한판승부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지금까지 지방선거는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가졌으며, 역대 어느 정권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과연 그와 같은 공식이 올해에도 관철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익숙한 사자성어가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동이불화’(同而不和)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현실 정치인이자 정치사상가 공자가 군자와 소인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용한 표현이다. “두루 화합하되 서로 같지 않은 사람이 군자이며, 서로 같지만 화합하지 못하는 사람이 소인”이라는 해석이다. 공동체의 정의와 선을 함께 지향하지만, 개체별 고유성과 나름의 독자성을 확보한 사람을 군자로 보았다. 반면에 지향점과 이해관계에서 같은 부류면서도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자들을 일컬어 소인이라 했다.

‘5 더하기 4’라는 공식이 심심찮게 회자된다. 공룡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야4당과 시민단체 연석회의를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거기서 가장 핵심적인 명제는 ‘반엠비 전선’이라고 한다. 국민과 소통하고, 민의에 귀기울여야 할 정권과 정당이 ‘일방통행’과 ‘독주’를 일삼는다는 전제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지배집단과 권력은 소통이나 대화를 통한 대국민 설득이 아니라, ‘나를 따르라!’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크게 불거진 ‘세종시’ 문제, 관련 법규 정비나 타당성 조사마저 턱없이 부실한 4대강 사업, 완전히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날마다 절망하고 다시 절망한다.

선거는 그와 같은 절망에 최소한도의 숨통을 틔우는 축제의 마당이다. 국민을 절망케 하는 정권을 심판하려는 민의를 모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대동의 마당이다. 문제는 진보진영의 공통분모인 ‘반엠비 전선’을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꿰느냐 하는 것이다. 그 지점부터 각 정파와 시민단체의 행보가 각양각색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적을 맞아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함에도 각개약진하는 양상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전선이든 약한 고리 하나라도 깨지면 그야말로 일패도지에 이르게 됨은 명약관화하다.

같은 목표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하여 공동선을 추구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역사와 민족 앞에, 나아가 세계시민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전략과 전술은 충분히 양보하고 합의해야 마땅하다. 같은 민족을 민족으로 여기지 않고 적대시하며, 국민을 정치적 수사와 정략의 대상으로 여기며, 역사적 대의를 농단하는 정권이라면 우리는 당연히 단결해야 한다. 나날이 늘어가는 실업자를 줄여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고, 민족화합과 한반도 평화를 마련하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사적인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의와 명분을 위해서 우리는 장렬하게 투신해야 한다.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너와 네가 서로 다름을 보이려는 자세는 소인배의 ‘동이불화’와 다름없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동선과 정의를 위해 매진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모두가 화합하여 대업을 이루는 ‘화이부동’의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이고, 그것이 작은 차이를 극복하여 대승의 길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차이만을 보려는 그대의 냉정한 눈과, 그것을 강조하는 그대의 차가운 검지손가락을 이제 그만 거둘 때다.


김규종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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