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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야간집회 시간제한 타당한가? / 박주민

등록 2010-02-17 20:30

박주민 변호사
박주민 변호사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개정안(조진형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대표발의)은 야간집회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과연 합헌적이고 타당할까?

1987년 개정된 우리나라 현행 헌법(9차 개정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5차 개정 헌법 등이 규정했던 것과 다르게 집회의 시간과 장소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들을 대거 삭제했다. 이는 ‘집회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던 과거 헌정사에 대한 반성과,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발전하기 어렵다는 헌법 개정권자인 국민들의 결단이 반영된 변화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옥외집회를 열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려고 한다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엄청난 필요성이 인정돼야만 할 것이고, 그 제한폭도 상당히 좁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추진안대로 시간대를 정해 야간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게 필요한 일일까. 한나라당은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사생활의 평온’, ‘주요 국가기관의 안전’, ‘교통소통의 보장’, ‘폭력행위 발생 가능성 차단’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행 집시법은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이미 규정해 놓았다. 즉 집시법 5조(폭력이 예상되는 집회 금지), 8조(사생활의 평온), 11조(주요 국가기관의 안전), 12조(교통소통), 14조(소음 규제)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우려사항에 대해 완벽하다 못해 지나치다는 평을 받을 정도의 통제장치를 갖추고 있다.

서울 도심이 마비될 정도로 폭력이 난무했던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 2008년도 촛불집회 때의 통계를 보자. 이에 대한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경우는 전체 집회의 0.6% 안팎에 불과했다. 검경이 파악하고 있는 불법폭력 시위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고, 2007년 이후에는 단 한 번도 화염병이 거리에 등장하지 않았다. 따라서 시간대를 정해 야간집회를 완전히 금지하는 조항을 둘 ‘막대한’ 필요성은 특별히 없다고 할 것이다.

외국의 입법례를 봐도 그렇다. 영국이나 독일 등 우리나라와 같이 집회에 대한 신고제를 택한 나라들은 대부분 특정한 시간대를 정해 집회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독일의 경우에는 헌법에서 집회에 대해 장소·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따로 법률로 금지 시간을 두지 않았다.

이에 견줘 프랑스는 밤 11시 이후 야간집회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예외 조항을 둬 그 이후 시간에도 집회를 허용한다. 대부분 허가제를 취하고 있는 미국의 주들을 봐도 뉴욕·디트로이트·시카고 등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야간집회를 시간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이웃 나라 일본 역시 그러하다.

다만 러시아(밤 11시~아침 7시)와 중국(밤 10시~아침 6시) 등은 한나라당의 개정안대로 특정 시간을 정해 야간집회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나라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채택해 신고제인 우리나라와 수평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물론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해도 우리 국민에게 러시아나 중국을 본받자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야간집회 중 일정한 시간대를 정하여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전혀 타당하지 않고, 야간집회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거나 혹여 제한하더라도 심야시간대에 일정한 주거밀집지역 등 일정 장소에서의 집회만을 제한하는 형식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박주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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