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국토해양부는 낙동강 바닥의 흙 속에 비소와 수은 등의 오염실태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강바닥을 파헤치면 이러한 유해물질들이 정수장에 유입되어 수돗물을 오염시키거나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성도 확인하지 않았다. 뒤늦게 잘못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준설을 계속하면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을 보면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 바닥의 퇴적물에는 비소와 수은 등의 중금속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발암물질 다이옥신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다이옥신은 주로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철강·시멘트·화학공장의 폐수나 농지에 뿌려진 농약의 주성분으로서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물고기의 기형을 유발하는 수질오염 물질이기도 하다. 다이옥신으로 오염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농작물이 오염되고 이 농작물을 사료로 사용하면 소고기와 돼지고기, 우유, 달걀 등 식품에 농축되어 어린이와 임산부의 건강을 위협한다.
일본 요코하마대학의 나카니시 준코 교수는 시마네현 신지호 바닥의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 가장 밑에 1960년대에 배출된 피시피(펜타클로로페놀) 농약의 다이옥신, 그 위에는 70년대에 배출된 시엔피(클로로니트로펜) 농약의 다이옥신, 그 위에는 80년대에 배출된 소각장의 다이옥신이 잔류해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피시피와 시엔피 농약을 사용했기 때문에 1996년과 1999년에 허가 취소될 때까지 전국의 농지에 뿌려진 후 4대강의 하천과 호수에 상당한 양의 다이옥신이 퇴적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카니시 교수는 일본에서 사용한 농약의 다이옥신 양이 베트남전쟁 때 살포했던 고엽제의 다이옥신 양보다 많다고 했다. 논에 뿌려진 다이옥신의 3분의 1 정도는 아직도 분해되지 않은 채 하천과 호수 바닥에 남아 있고 이것이 농·축·수산물을 통해서 사람의 몸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 11월 네덜란드 매케인사의 감자사료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돼 돼지고기와 유가공품 수입을 금지한 것을 비롯해서 2005년 1월에는 독일에서 시판중인 달걀에서, 2006년 12월에는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에서, 2007년 6월에는 갈치 등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물에서, 2008년 7월에는 칠레산 돼지고기에서, 2008년 12월에는 아일랜드산 돼지고기 등에서 잇따라 다이옥신이 검출된 사례들은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하천과 바다 밑에 잔류한 다이옥신에 의해 오염됐을 개연성을 뒷받침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최근 다이옥신을 농산물 안전관리 대상 유해물질에 추가했다.
환경부가 2006년에 전국 산업단지 주변 하천을 조사한 결과 포항공단 동촌교와 안산시 신길천, 창원시 남천 등에서 일본의 환경기준을 초과하는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하천의 다이옥신 오염을 규제하는 환경기준이 없기 때문에 4대강 바닥의 다이옥신 농도를 조사해본 적이 없다. 지난 40년 동안 농약을 살포한 농지와 산업단지, 산업폐기물 소각시설에서 하천으로 배출된 다이옥신 중에 분해되지 않고 4대강 바닥에 퇴적된 양은 얼마나 될까? 4대강을 준설하는 과정에서 이 다이옥신이 수돗물과 돼지고기, 우유, 달걀 등 식품을 오염시키거나 기형물고기를 유발할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국토해양부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준설공사를 계속하는 것은 다이옥신 폐수를 4대강에 버리는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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