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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자율형사립고, 예정된 실패? / 김명신

등록 2010-02-24 22:31

김명신  문화연대 공동대표
김명신 문화연대 공동대표




공교롭게도 엠비(MB)정부 2년이 되는 시기에 엠비정부가 야심차게 시도한 자율형사립고에서 발생한 입시부정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지난 35년간 유지해온 고교평준화가 깨진 상징적인 사건이며 수십년 만에 일반 학부모가 폭넓게 연루된 입시부정이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실패를 예고한 사건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진정성 없는 자율형사립고 소외계층배려 전형이 화를 불러온 것이다.

자율형사립고는 애초 태생부터 논란과 편법으로 뒤범벅되었다. 한국 교육을 막장으로 몰고 있는 새 정부는 고교다양화 300 플랜에 따라 자율형사립고 100개를 약속했다. 자율형사립고는 재단 전입금이 3∼5%이고 등록금이 일반 고교의 3배이며 교육과정 편성이 자율적이라 대학입시에 유리한 학과목 선정이 자유롭다. 일부에서 국제중, 특목고에 이은 제2의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학생 80%를 내신성적 상위 50% 가운데 무작위로 추첨하고, 20% 학생을 소외계층에서 선발한다고 무마책을 냈다. 그러나 실제 가난한 학생들은 수업료·등록금을 면제해 주어도 연 수백만원에 이르는 수익자 부담 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입학을 포기한다. 이번에 자율형사립고 전형에서 300여명에 이르는 미달자가 발생한 이유이고 빈부격차가 교육양극화로 이어지는 이유이다. 학교장 추천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중 학교장이 추천한 자’로 애초에 정해진 기준이 없는 사각지대였다. 결국 건강보험료 납부 확인서 등 별다른 증빙서류가 필요없이 학교장 추천서만 내면 되는 선발에서 자격미달 학생들이 대거 편법입학을 한 것이다. 해당 교사와 학교장들을 두둔할 뜻은 없지만 특목고, 자사고 합격률이 중학교의 평판과 학교평가에 직결되는 상황에서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문대 입학만 보장된다면 편법도 가리지 않는 실정에서 학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이를 막기 위해 향후 고교 입시에까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고 하나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서민교육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70% 국민이 고교 평준화에 찬성하지만 70% 국민이 평준화 보완론에 찬성하는 이율배반 속에 탄생한 학교가 자율형사립고이다. 앞으로 서울 일반계 사립고 140곳 중에 23곳, 전국 일반계 사립고 6.5곳 가운데 1곳이 자율형사립고가 될 것이다. 이번 입시부정에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전국의 25개 자율형사립고 입시 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별학교에 학생선발권을 주고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를 명문대 가는 길목인 특목고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한 편법은 막기 어렵고 이 모두를 교육당국이 예의주시하며 완벽하게 챙기지 않는 한 입시부정은 뒤따를 것이다.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통령 주재로 매달 교육개혁 대책회의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인사 비리가 만연하고 학부모의 양육고통이 극심한 상황에서 일단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그간의 경쟁과 교육 서열화, 시장화 정책을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일 뿐 입시경쟁 완화 방안, 학벌사회 해체 방안, 인성교육 강화 방안에 닿아 있지 못하다. 그러니 대통령이 책임감을 갖고 나서도 일은 더욱 꼬여갈 것이다. 새 정부의 교육철학이 교육 시장화, 경쟁위주 교육에서 한치도 벗어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교육 주력상품-자율형사립고 정책 2년은 실패의 연속이다.

김명신 문화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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