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효능·효과 / 우재욱

등록 2010-02-25 18:27

올해 설날을 전후해 국내 유명 제약회사의 약품 광고가 여러 신문의 1면에 크게 실렸다. 광고에는 해당 약품의 ‘효능·효과’로 다음의 네 가지를 들었다.

“괴혈병의 예방과 치료”, “임신·수유기 및 병중 병후의 체력저하”, “육체피로, 잇몸출혈, 비출혈, 혈뇨 등의 모세혈관 출혈”, “햇빛·피부병 등에 의한 색소침착(기미·주근깨)”

약품의 ‘효능·효과’ 가운데 첫째로 든 “괴혈병의 예방과 치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나머지는 이상하다. 거꾸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수유기 및 병중 병후의 체력저하”가 약의 효능 또한 효과라니 말이 안 된다. 보는 사람이 알아서 이해하기는 하겠지만, 표현 그대로 해석하면 “이 약을 먹으면 임신·수유기나 병중 병후의 사람의 체력이 저하된다”는 뜻이 된다. 나머지도 마찬가지로 “모세혈관의 출혈이 일어난다”, “색소가 침착된다”로 해석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효능·효과’라고 해놓고 ‘적응증’을 나열해 놓았기 때문이다. ‘효능’은 효험을 내는 성능을, ‘효과’는 보람 있는 결과를 말한다. 약을 먹고 얻을 수 있는 효험 또는 좋은 결과가 ‘효능·효과’인데, 이 약이 적용되는 질환이나 증세, 즉 적응증을 들고 있기 때문에 거꾸로 되었다. 세 가지 ‘효능·효과’ 뒤에는 ‘예방과 치료’를 붙여야 한다. 아니면 ‘효능·효과’를 ‘적응증’으로 바꾸고 첫째로 든 “괴혈병의 예방과 치료”에서 ‘예방과 치료’를 빼고 ‘괴혈병’으로만 하면 반듯하다.

우재욱/시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