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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쿠사리 / 김선철

등록 2010-03-02 18:49

인간의 언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요즘 가장 흔하게 통용되는 설에 따르면 지구상에 약 60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소쉬르 이후 이런 인간 언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많은 연구가 돼 있으나, 비속어나 욕설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대개 글말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다 보니 문자 기록 대상인 고상한 말을 주로 다루게 되어, 문자로 기록되지 못했으면서 정서적으로 관심이 덜한 비속어와 욕설을 빠뜨린 탓이 가장 크다.

우리 외래어에도 비속어에 속하는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쿠사리’이다. 재미있게도 이는 비속어가 매우 적다는 일본말에서 왔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실은 ‘면박’, ‘꾸중’, ‘핀잔’을 뜻하는 일본말에는 ‘쿠사리’와 비슷한 것이 없다. 소리로 보아 ‘쿠사리’의 어원으로 생각되는 것은 ‘구사리’(くさり)인데, 이는 ‘썩다’라는 뜻의 동사 ‘구사루’(くさる)의 명사형이어서 ‘썩음, 썩은 것, 썩은 부분, 썩은 정도’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것도 우리가 쓰는 ‘쿠사리’의 어원으로 삼기는 부족하다. 그보다 더 가능성이 있는 것은 ‘구사레’(くされ)인데, 이는 ‘구사리’의 뜻으로도 쓰이면서 욕설로서 명사 앞에 놓여 ‘더러운’, ‘썩어빠진’이라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くされ 人間’은 ‘더러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욕설을 듣게 되면 당연히 면박이 될 것이며, 이 ‘구사레’가 나중에 발음이 변하여 ‘쿠사리’가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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