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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숲’을 보는 동북아사 연구를 위하여 / 신주백

등록 2010-03-02 20:27수정 2010-03-02 21:02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
한·중·일 역사학자와 역사교사들은 2011년 4월에 출판할 수 있도록 <미래를 여는 역사>(2005)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년 동안 아홉 차례 회의를 거듭하는 속에서 동북아라는 지역을 보지 않고, 2국 또는 3국의 관계사만으로 설명할 때 이해할 수 없는 역사가 많았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이를 확인해 보자.

우리는 1870년대가 동북아 내부 질서에 새로운 변화가 모색된 시기라고 본다. 이때의 관건은 서구 열강이 강요하고 있는 불평등조약 체제 속에서 1871년의 일청수호조규와 1876년의 조일수호조규로 상징되는 동북아 내부의 새로운 질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였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면 조일수호조규, 곧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강화도조약의 동북아시아적 의미도 면밀하게 재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세 나라의 학계는 우리처럼 보려는 노력이 미진하다. 한국 학계는 한-일 관계사에만 치우쳐 있고, 일본 학계는 1879년 오늘날의 오키나와를 일본의 영토로 편입시킨 일이 지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청의 강화된 간섭에 대해 명쾌하게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조공·책봉 관계라는 전통적 국제관계로부터 ‘종주체제의 재편으로서의 속국체제’라는 이름으로 설명하려 한다. 한국은 ‘근대 식민지적 지배’와 유사한 것으로 본다. 중국은 한국의 주장을 적극 부인하며 보호자적인 청의 모습을 그려내려 하고 있다.

1917년의 러시아혁명과 동북아의 관계에서도 인식의 편차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세 나라는 사회주의사상의 유입과 공산당의 결성, 그리고 운동에만 초점을 맞추어 러시아혁명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다. 특히 이념의 잣대로 러시아혁명을 바라보도록 역사교육을 받아온 한국과 중국은 지역의 국제관계라는 측면에서 이를 홀시하고 있다.

사실 일본군은 러시아혁명이 조선과 중국의 민중을 자극하지 못하도록 하고, 천황제를 부정하는 사회주의사상이 일본에 전파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1918년 시베리아를 침략하였다. 미국이 1921년 워싱턴회의를 개최한 목적의 하나는 동북아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강국으로 떠오른 미국까지 움직이게 한 것이 러시아혁명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동북아에 유입된 사회주의사상은 1920년대 세 나라의 대중운동을 사로잡고 지배체제의 근간을 흔들었다. 흔히 1920년대 동북아 국제질서를 워싱턴체제라 한다. 그리고 국민당군의 북벌과 일본군의 산둥 침략이 이 체제를 뒤흔들었다. 여기에 러시아혁명의 여진도 추가해야 한다. 당시 동북아에서 이것만큼 오랫동안 강력하게 지속된 역사도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혁명에 대해 새롭고 넓은 시야가 요구되듯이, 1945년 이후의 동북아 국제관계 속에서는 이보다 더 넓고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주제가 많다.

주지하듯이 미국 대일점령정책의 기본 기조는 민주화와 비군사화였다. 미국은 동아시아정책의 파트너로 중국 국민당 정부를 신뢰하고 있어 이러한 점령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자 미국의 동아시아정책 파트너는 일본으로 바뀌었다. 점령정책의 기조도 바뀌었다. 중국 공산화의 충격은 미국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히스테리인 매카시 열풍으로 이어졌다. 한국전쟁은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을 강화시켰다. 전쟁으로 인해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북아 분단도 고착화되었다. 동북아의 분단은 오늘날까지 근본적으로 해체되지 않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에서 역사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도 여기에 있다.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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