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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학생·학부모 들러리 세우는 교원평가 / 윤숙자

등록 2010-03-04 23:06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먼저 제기하고 주장한 교원평가제가 3월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교원평가제는 학부모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국민 대다수는 학생·학부모·교사가 참여하는 평가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동료 교원 평가는 평가이고 학생과 학부모는 만족도 조사에만 참여할 뿐이다. 정부 발표 자료를 보면 학생·학부모 조사에서 ‘만족’ 이상 비율은 각각 63.1%, 59.5%였으나, 동료 교원 평가에서는 ‘우수’ 이상이 92.6%이다. 결국 실효성 없는 온정주의적 동료 교원 평가는 승진 평가인 근평에 연계하고 학생과 학부모 평가는 단순 참고자료로 전락할 수 있는 들러리 신세가 되었다. 아니라고 한다면 학생과 학부모를 평가자 위치로 올려놓아야 할 것이며 승진 비리의 온상인 근평과 연계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

학부모가 화나는 것은 정부가 ‘학부모’라는 이름을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것이다. 교원단체와 힘겨루기할 때는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말을 수식어처럼 내세우면서 정작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교원평가제 결정 과정이 그러하다. 학부모의 86%가 교원평가제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일부 교사이긴 하나 부적격 교사 문제 때문이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을 좀더 성의있게 대하지 않을까, 부적격 교사로 인한 우리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우리는 교원평가를 요구했다. 필자가 속해 있는 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에는 교원의 일상적 폭언과 체벌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런데 교원평가에서 부적격 교사 문제는 실종되었다.

2005년 정부는 부적격 교원의 문제는 교원평가와 분리해서 다루어야 한다고 16개 시도교육청에 ‘교직복무심의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부적격 교사를 범죄 수준인 ‘성폭력, 성적 조작, 금품수수, 신체적 폭력’의 네 영역으로 한정하였으며 그나마도 지난 4년간 8개 시도교육청에서는 회의 한 번 열지 않았다. 지난 2월 교과부는 교육계 합의사항인 교직복무심의위원회를 일방적으로 없애 버렸다. 명분은 교원징계위원회와의 통합이라고 하나, 교육계 논의나 부적격 교사 문제에 대한 그 어떤 대책도 없이 교과부 지침 하나로 부적격 교사 문제를 다루는 기구가 사라졌다. 대신 ‘2010년 교원평가 표준 시행 모형’의 결과 활용 예시로 ‘전문성 지원 필요 교원’의 범주에 부적격 교사 문제를 단 한 줄 언급하고는 있으나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그 어디에도 부적격 교사 문제 관련 문항은 없다. 학부모단체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끼워넣은 것이라고 한다면 교과부는 교원단체의 비판과 같이 교원 통제 수단으로서의 교원평가, 교원 승진 비리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승진과 관련한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근무평정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학부모를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런 비난을 면하고자 한다면 교과부는 현재 국회 교과위에서 진행중인 ‘교원평가 6자 협의체’의 논의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교육상임위 여야 간사가 참여하는 ‘6자 협의체’는 현재 교원평가 관련 여러 가지 사항 중에서 부적격 교사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교직복무심의위원회도 당연 논의 대상이다. 교과부가 6자 협의체에 참관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과 내용을 존중하는 것이 학부모와 국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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