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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세종시’는 국민투표 대상 아니다 / 남경국

등록 2010-03-08 19:12

남경국  독일 쾰른대 방문연구원
남경국 독일 쾰른대 방문연구원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현재 국민투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라는 단서를 달아 국민투표 카드를 언제라도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의 대통령 중대결단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단지 청와대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일 뿐이다.

친이 직계 정두언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 국민투표 논의가 시기상조라고 보면서도 “(세종시 문제는) 국가 안위에 관계된 문제인 만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게 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청와대도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지금까지 세종시 논의의 방향은 두 가지다. 세종시를 국민투표의 대상으로 보는 쪽에서는 세종시를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으로 보고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주장이고, 이와 반대로 국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는 쪽에서는 세종시를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고 보았다. 즉 세종시가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인지 여부만을 따져 국민투표 가부를 선택했다.

필자는 이런 논의방향이 헌법을 왜곡하고 오해의 소지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국민투표에 관한 헌법 제72조부터 다시 꼼꼼히 살펴보았으면 한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투표의 조건으로 외교정책, 국방정책, 통일정책,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들고 있다. 즉 정책이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법률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명 세종시법은 무엇인가? 단순히 정책인가? 아니다. 이 법률은 2005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되고 2008년 2월 개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이다. 또한 이 법률에 대하여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을 각하하여 사실상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

만약에 기존 세종시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안이 나왔다면 그것이 국가 안위에 관련한 정책인지 여부를 따져서 국민투표 가능 여부를 살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이 있다. 물론 세종시안도 국가 안위에 관한 정책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금과 같이 법률에 대하여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의회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헌법 제72조는 법률에 대하여 국민투표를 예정하고 있지 않다. 법률에 대하여 헌법 제72조에 의한 국민투표를 긍정하게 되면 의회 입법에 반대하는 대통령은 법률에 대하여 국민투표로 의회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어느 나라도 법률에 대하여 국민투표를 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정치권과 언론에서 ‘세종시 원안’과 ‘세종시 수정안’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일명 세종시 원안은 단순한 안이 아니라 이미 법률이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 국민투표를 통해 설령 청와대가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치더라도 결국 그 수정안이 법률이 되려면 의회에서 다시 의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청와대나 친이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국민투표는 결국 한나라당내 친박계를 굴복시키기 위한 국민투표가 될 수밖에 없다. 친박계 굴복을 위한 국민투표에 들어갈 엄청난 비용, 즉 국민 세금도 문제지만 국론분열과 그로 인한 국민적 피로감이라는 무형의 고비용을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감당할지도 걱정이 앞선다.

남경국 독일 쾰른대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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