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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오버로크 / 김선철

등록 2010-03-09 18:25

1980년대 초반까지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닌 분들은 대개 일본식 교복을 입었고, 교복의 가슴 위쪽에 이름표를 달았다. 그 이름표를 휘갑치기(실을 시접에 감아서 한 바늘씩 또는 두세 바늘을 섞어 가며 떠서 마름질한 옷감의 가장자리가 풀리지 아니하도록 꿰매는 일) 하기나 손바느질로 촘촘하게 땀을 떠서 달기에는 적잖이 벅찼으므로 명찰집을 찾아가 ‘오버로크’(overlock) 기계라는 특수한 재봉기로 보기 좋게 달아야 했다. 미처 오버로크를 하지 못하고 엉성하게 이름표를 달았다가 생활지도 교사한테 혼쭐이 난 기억이 있는 분이 꽤 있을 법하다. 남성이라면 군에 입대하여 군복에 이름표나 휘장을 다시 오버로크로 달면서 새삼스러운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오버로크’는 특수 재봉기로 옷감의 올이 풀리지 않게 휘갑치며 박는 바느질 기법을 말하는데, 예전에는 대개 ‘오바로쿠’라고 일컬었다. 이는 이 말이 ‘오바롯쿠’(オ-バ-ロック)라는 일본식 영어로 우리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예전의 어떤 재봉틀 설명서에 ‘오버로크 치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왔는데, 이것도 일본말투이다. 이름표나 휘장을 아예 ‘오버로크’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본디의 뜻에 비추면 부정확한 말법이다.

‘오버로크’가 ‘휘갑치기’, ‘푸서 박기’, ‘푸서 박음’으로 순화된 바 있는데, ‘푸서’는 ‘피륙을 베어 낸 자리에서 풀어지는 올’을 뜻하는 우리 토박이말이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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