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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중국의 새로운 혁명 / 문일현

등록 2010-03-09 22:30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




세계가 천안문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문 앞 인민대회당에서 진행중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兩會)는 중국의 경제발전 방식 전환과 소득분배 구조 개혁이라는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개혁·개방 30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국내외 시장과 과학기술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따라서 경제발전 방식을 바꾸고 경제구조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첫째다. 또 개혁·개방의 덕택으로 인민들 생활이 과거에 비해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음으로써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지금은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는 것이 둘째다.

중국 정부는 우선 안정적 성장으로 정책을 선회하려 한다. 안정을 우선시하여 성장의 속도는 다소 늦출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수출 위주에서 탈피해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발전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직접 손해를 보는 기업과 지역이 상당수에 이를 뿐 아니라 이들의 반발 또한 거세다는 점이다. 실례로 일부 대형 제철소들은 몇년 전부터 지방정부와 함께 벌인 대규모 설비확장공사로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공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공급과잉을 우려한 중앙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이 연대해 필사적으로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득분배 개혁은 휘발성이 더 강하다. “일부 지역과 계층부터 먼저 부유해져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선부론으로 중국은 연안 지역과 내륙, 도시와 농촌, 계층과 계층 사이에 커다란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분배의 불공평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 금기시돼 왔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소득분배 구조가 불공평하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번 논쟁을 제기한 근저에는 어떡해서든 저소득 계층에 직접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월 800위안(약 13만6000원)에 머물고 있는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리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국영기업 등 대다수 기업들은 극력 반대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전반적 임금 인상과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중국의 경쟁력은 그만큼 약화되며, 이는 수출 감소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최근까지 중국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 수출에 매진해온 이들 기업들 덕에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이 사생결단의 자세로 반대를 계속한다면 중국 정부로선 진퇴양난의 처지로 몰리게 된다.

중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후진타오 주석 등 최고지도부는 “어떤 난관과 장애가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며 연일 최전방에서 독려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적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은 많은 모험과 변화, 그리고 고통을 수반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개혁으로 혜택을 볼 저소득층과 반대로 직접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자들이 서로 맞부딪친다. 업종과 지역에 따라 범위와 강도만 다소 다를 뿐 내부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중국 전체가 개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긴장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한 후 어떻게 자리매김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해하는 중국. 그들은 현 상황을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새로운 혁명 전야”라 부르고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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