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율 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
요즘 한국 신문을 보면 애플사에 대한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최근 아이폰이 한국에서 출시되어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는 듯하다. 애플사의 제품들이 소수의 관심이던 얼마 전과는 천양지차이고, 이에 따라 언론에서도 애플사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보도들을 자세히 보면(예를 들면 <한겨레> 8일치 “워크맨-아이팟 운명 가른 ‘음악 접속’”) 도요타가 잘나가던 시대의 기사들처럼 찬양 일색이고, 어떤 곳에도 냉정한 비판은 없다. 그렇다면 비판할 것은 없을까? 아니다. 곰곰이 찾아보면 애플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애플의 수직 집중 구조이다. 애플사 제품은 대개 자기네끼리만 통한다. 하드웨어는 컴퓨터에서 마우스까지 자사의 것을 고집하고, 소프트웨어도 주요한 것은 애플사의 것이다. 윈도 체제에서는 하드웨어는 전자회사가,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여러 가지 회사가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체제인 것이다. 그래서 작은 시장이나마 거의 수직으로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가면, 그 통제는 더 심해져서 애플이 승인하는 아이튠스에서 산 것만이 통하게 된다. 윈도나 기존의 맥에서처럼 타사의 프로그램이나 오픈 소프트웨어를 사용자 마음대로 설치할 수가 없어진다. 게다가 앞으로 나올 아이패드에서는 다른 미디어를 연결하는 것도 제한될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애플의 자의적인 검열과 가격의 자유로운 통제이다. 이런 집중은 애플의 수익 구조로 이어진다. 여러 가지 기업통계를 보면 애플의 수익률은 다른 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나온다. 물론 그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애플폰 독점과 음반·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아이튠스의 독점이다. 예를 들면 아이폰은 시간이 가도 값이 떨어지지 않고, 애플사의 컴퓨터는 비슷한 사양의 다른 컴퓨터보다 언제나 비싸다. 아이패드의 마진도 적게는 30%에서 50%까지 보고 있으니 집중에 의지하는 애플의 소득은 무서울 정도이다. 또 아이튠스의 가격 결정도 소비자나 음반사의 이해를 무시하고 사실상 독점 배급권을 무기로 애플이 주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크고 작은 시장에서 애플은 독점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음 문제는 이렇게 버는 것이 기업의 생리라 하더라도, 사회 환원은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대답은 의외로 ‘노’이다. 2008년까지 기록을 보면, 동성애자 결혼 찬성에 10만달러를 기부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하게 사회공헌을 한 것이 없다. 애플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여러 캠퍼스에 컴퓨터를 현물로 기부한 적이 있지만, 이는 장래의 소비자를 기르는 이중적인 목표가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게이츠 재단이나, 인텔이나 휼렛패커드가 여러모로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과는 판이하다. 수익을 새로운 상품에 투자한다는 변명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망각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다시 애플로 돌아가면, 소비자 처지에서는 애플의 상품이 편리하고 세련된 점이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애플사의 시장 확대가 사회적으로는 좋은지, 아니면 소비자가 올바른 결정을 하고 있는지는 언론사들이 꼼꼼히 짚어줘야 한다. 냉정한 비판의식을 잃고 찬양 일변도로 간다면 도요타 보도의 과실을 또다시 저지르는 것이다.
이헌율 미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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