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
무상급식 연속기고 <2>
세계화는 경쟁의 전면화를 의미한다. 이제 그 어느 누구도 무한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심각한 의미는 이렇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장래의 국가대표로 경쟁에 참여한다. 선택의 여지 없이 모두 국제대회에 나가야 하고, 경쟁해서 이기는 아이들이 타낸 상품을 다른 경기에서 뒤처진 아이들과 나누어 갖는 공동운명체적 속성이 강해진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누구의 자식을 가릴 것 없이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한국 경제는 부흥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한국 경제는 쇠락한다. 세계화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요구한다. 세계화에 노출된 영역이 작았던 과거에는 소수의 낙오자들에 대한 시혜적 복지 정책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부문이 세계화로 인한 경쟁에 노출된 현재는 이러한 사후적 복지는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쏟아지는 낙오자들을 감당할 수도 없다. 사전적으로 건강하고 생산성 높은 노동자를 양산하여 적극적으로 세계화에 대처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이 더욱 효율적이다. 보편적 복지 제도는 국민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통합을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 세계화로 인한 피해의식과 불안감을 줄여 개방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경제의 유연성도 높일 수 있다. 사회갈등 없이 환경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은 세계화로 인한 경쟁에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최선의 사회적 협약으로 자리잡았다. 복지가 더는 국가의 시혜 수단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권리가 되었다는 뜻이다. 특히 아동복지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계층의 고착화를 초래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특성상 모든 아동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비효율은 물론 사회적 불안정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동에 대한 투자는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반면 잘못될 경우 소요되는 사회보장 비용과 심지어 범죄인에 대한 교정비용까지 고려하면 가장 효율적인 지출임은 선진국에서는 상식이다. 세계화의 거센 격랑을 헤쳐나가야 할 우리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동운명체인데, 미래 한국을 짊어질 우리 대표선수들에게 눈칫밥을 먹인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세상이 바뀐 줄 모르는 어리석은 어른들이 비용을 핑계로 그들을 나누려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아무리 효율적인 지출이라고 할지라도 재원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몇년 전에도 후진적인 한국의 복지 수준을 높이려는 참여정부의 노력이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든 보수진영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정 계층과 기업만을 위한 감세와 아울러 터무니없는 지출로 인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몰고 갔음을 고려할 때 이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때가 되었다. 애들이 당당하게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예산을 아끼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시용 요트대회나 스노보드대회에 엄청난 돈을 써대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아파트 뜯어먹고 살 수 없고 토건산업으로 세계화에 대처할 수 없다. 무상급식은 사회통합을 기반으로 세계화에 대처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무상급식 논란을 계기로 시혜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차이에 대해 전국민적 교육의 장이 열린 것을 환영한다. 보편적 복지의 성장 촉진 효과를 주장하는 필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려웠을 일을 이렇게 단숨에 이루다니, 역시 한국은 역동적 국가임에 틀림없다. 이참에 무상보육까지 달성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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