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경기도무상급식추진자문단장
무상급식 연속기고 <4>
경기도 교육청의 무상급식 추진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고 맛있는 식사를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하려던 일이, 농업인들에게는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를 열어주려던 일이 진보와 보수의 잣대로 재단되고 찬성과 반대로 대립되어야 하는 일인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경기도 교육청은 친환경·직거래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식재료를 직거래해 급식의 안전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농업인들의 소득을 높이며, 농촌의 일자리를 늘려주려 한다. 현행 식재료 유통은 농업인, 수집상, 벤더업체, 중간상인, 물류업체, 학교의 비효율적인 다단계로 이루어져, 50%를 넘나드는 유통마진에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열악한 구조이다. 우리는 농업인이 참여하는 농협이나 농업법인들이 학교에 직접 식재료를 납품할 수 있도록 시군 및 광역 단위의 학교급식 유통조직과 식자재 전처리시설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급식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어려운 농업과 농촌에 소득과 일자리를 늘려주려 한다. 2008년 급식비 중 식재료비 2조5000억원은, 국내 친환경·유기농 시장 규모인 3조1900억원의 78%에 이르러 농가들에는 커다란 희망을 줄 수 있는 시장이 된다. 농가들은 판로만 확보되면 대부분 친환경 농업을 선호하며, 친환경 농업이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농가가 56%에 이른다. 직거래 학교급식을 통해 식자재 공급 시스템과 인프라가 구축돼 효율성과 경쟁력이 높아지면 군인 급식을 포함한 성인 급식시장 진출 또한 쉬워질 것이다. 농어업 총생산 42조원에 비해 49조원에 이르는 식품가공과 51조원에 이르는 외식산업 등에 외국산 식재료가 활개를 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100조원 규모의 식품시장에 진출할 길을 열어 농민과 농촌의 소득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촉매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식중독 환자 수에서 학교급식 사고로 인한 환자가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우리 현실이다. 또한 현재의 학교급식은 수입산 식재료와 식품첨가물이 많은 가공식품이 사용되어 환경호르몬과 중금속 오염 등으로 아토피, 청소년 비만의 증대에서 보는 것처럼 아이들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친환경·직거래 무상급식이 안전하고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건강한 식생활을 통해 학생의 영양과 발육이 증진되고 학습능력이 향상된다면 무엇보다도 국가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학교와 지자체마다 거래방식, 식단운영, 식자재 종류, 조리시설 등 급식 시스템이 매우 달라 전면 무상급식을 통해 표준식단과 효율적인 급식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무상급식의 비중이 높은 지자체일수록 직거래·친환경 급식을 많이 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반영한다. 다만, 예산확보와 급식 시스템의 차이점 등을 고려하여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현재 국회에 다수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지만, 경기도는 앞으로 2014년까지 초등학교에서 중·고교로, 농촌지역에서 도시지역으로 점차 대상지역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사회주의적 발상 또는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거나 부자급식이라고 비난하시는 분들에게 조금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를 부탁한다. 어려운 농업과 농촌을 살리고 고용을 창출하며 환경을 살려내는 일을 통해 지원액보다 훨씬 큰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끝>
최영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경기도무상급식추진자문단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