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4대강으로 달려가자! / 정석구

등록 2010-04-01 20:41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할 때마다 당혹스럽다. 진상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가장 난감한 게 4대강 사업이 생명을 살리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할 때다. 천주교와 불교 등 종교계에서는 4대강 사업이 생명을 죽이는 짓이라며 강력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어느 쪽이 생명을 살리고 어느 쪽이 죽이는가.

이 대통령은 지금의 4대강은 오염이 심해 새와 물고기가 죽어나간다고 한다. 가뭄 때나 오·폐수가 강에 흘러들 때 간혹 그런 일이 있지만 4대강이 새와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썩어 있다는 건 사실 왜곡이다. 그는 이런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이렇게 아깝게 죽어나가는 생명을 살리는 게 4대강 사업의 최대 목표라고 한다. 기막힌 논리의 비약이다.

지금 당장 4대강 사업 건설 현장으로 가보자. 갈대와 버드나무 등이 우거져 아름답던 강변과 하얀 백사장 곳곳이 굴착기와 공사 차량에 짓뭉개지고 있다. 공사 현장에는 오염된 시커먼 진흙층이 드러나고, 푸르던 강물은 흙탕물로 누렇게 변해간다. 생명을 살리기는커녕 물고기와 새들의 서식처마저 망가뜨리고 있다. 공사판이란 게 처음에는 원래 그렇다 치자. 계획대로 공사가 다 끝나면 뭇 생명이 다시 돌아올까. 곳곳이 댐으로 막히고 강변은 콘크리트로 치장될 것이다. 그것은 자연이 아니라 생명을 내쫓는 인공하천이다. 독일이나 미국 등은 그동안 강에 건설했던 댐을 철거하고 자연하천으로 되돌리고 있다. 그 이유를 모른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면서도 첨단 기술로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자연의 질서를 무시하는 오만이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자기의 소신이니 반대하는 사람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주 사례로 드는 게 청계천과 경부고속도로 등이다. 당시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소신껏 밀어붙여 놓고 보니 다들 좋아한다는 것일 게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지적 수준을 유치원생 정도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청계천과 경부고속도로는 사업 성격상 4대강과 전혀 다르다. 청계천 사업은 복개돼 썩어 있는 개울을 5.8㎞짜리 콘크리트 인공하천으로 바꾼 것이다. 4대강은 무려 1300여㎞나 되는 살아 흐르는 자연하천이다. 4대강을 청계천에 빗대어 말하는 것은 명백한 비교 대상 오류다.

자신이 4대강 사업을 완수하지 않으면 마치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국가에 죄를 짓는 것처럼 말하는 건 더 큰 착각이다. 국민은 한반도의 젖줄인 4대강을 마음대로 절단하고 파헤칠 수 있는 권한을 그에게 준 적이 없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정쟁의 도구가 되면 희생되는 건 국가의 미래라고 했는데, 4대강 사업 자체가 오히려 나라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후손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만행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임기 안에 마무리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4대강 중 우선 하나만 시범적으로 해보자는 권고도,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한 뒤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제안도 철저히 묵살한다. 온갖 문제점과 후유증을 지적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이제 어찌해야 하나. 뭔가를 하기 전에 먼저 4대강으로 달려가 공사 현장부터 직접 살펴보자. 봄나들이 삼아 아이들 손이라도 잡고 함께 가면 더 좋겠다. 아니면 지율 스님이 서울·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열고 있는 ‘낙동강 사진전’에라도 들러보자. 4대강 사업의 실상이 무엇이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거기에 답이 있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twin8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