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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시프트 논쟁을 지켜보며 / 심교언

등록 2010-04-06 20:28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서울시장 경선을 계기로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를 두고 열띤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프트 정책이 바람직한 것이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분석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민의 주거복지에 대한 재평가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논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시프트 정책의 당위성에 관련된 문제이다.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지닌 현 정책이 과연 타당하냐는 점이다. 즉 중산층을 위한 정책과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 중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할 부문과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부문으로 나누어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경우 중산층을 위한 정책은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으로 대변되는 각종 정책을 통해 중산층 주거복지를 달성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소형평형 의무비율 규제 등과 유사하게 민간의 개발에서 일정 비율의 저렴주택을 공급하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공급을 장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직접 저렴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급박한 사정에 처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주택(public housing) 부문에 정부가 세금을 사용하여 직접 개입하고, 나머지 계층엔 시장기능을 활용하여 주거복지를 달성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한정된 세원을 바탕으로 효율적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시프트 정책의 수혜 대상에 관한 점이다. 최근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시프트 주택에 살고 있는 점이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대부분 소득을 기준으로 수혜 대상을 정한다. 우리와 같이 고소득자가 혜택을 받는 경우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점이 특징이다. 외국에서는 전세라는 제도가 없어서 단순비교는 곤란하나, 3억원이 넘는 전세주택을 정부가 공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는 재정활용의 효율성 측면을 들 수 있다. 건설비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2억원도 안 되는 전세보증금에 살게 하거나, 주변 전세시세가 6억원이 넘는 지역에서 3억원에 입주하게 하는 것은 사회적 기회비용의 발생을 의미한다. 특히 앞 사례와 같이 차액이 7억원이 넘는 주택의 경우 금융비용을 공공이 부담하고 있는 상태이다. 바꾸어 말하면 거주자에게 7억원 이상을 공공이 무상으로 융자한 것과 같은 셈이다. 이는 에스에이치공사의 부채비율 상승 혹은 서울시 재정부담의 심화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일반 시민의 세금을 가지고 고소득자를 지원하는 이상한 상황으로 귀결된다.

앞으로도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는 계속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강남권과 같은 지역에 공급되는 경우 전세보증금이 3억원이 넘는 시프트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저소득층을 다시 한번 좌절케 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시프트가 처음에 의도한, 투기에서 거주 개념으로의 주택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든가, 다양한 형태의 주거복지 달성이라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기여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주거복지 전체의 측면에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할 때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별, 민간과 공공의 역할분담, 재원 활용의 효율성 기준,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평가의 수단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여 지금의 제도를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개선사항 및 새로운 제도의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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