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굴레와 멍에 / 우재욱

등록 2010-04-08 18:30

<워낭소리>라는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전은 ‘워낭’을 ‘마소의 귀에서 턱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로 설명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한우’라고 하면 모두 최고급 쇠고기로 인식한다. 그러나 한우는 전통적으로 육우가 아니라 역우(役牛)였다. 쟁기로 논밭을 갈고 무논에 써레질을 하는 일이 모두 소의 몫이었고, 수레를 끄는 일도 소나 말이 맡았다.

“민주화 운동에는 도움됐지만 민주화 이후엔 굴레와 멍에” 신문 기사의 부제다. 소에게는 ‘굴레’니 ‘멍에’니 하는 장신구(?)들을 많이 채웠다. 힘센 소를 쉽게 부리기 위해서 제일 먼저 코뚜레를 뀄다. 소의 두 콧구멍 사이를 뚫은 나뭇가지를 동그랗게 묶은 것이 코뚜레다. 여기에 고삐를 맨다. 고삐를 잡아당기면 아무리 힘센 소라도 당기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소의 머리와 목을 감아 고삐에 걸쳐놓은 것이 굴레다. 소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서 ㄱ자 형으로 생긴 나무를 소의 목에 걸어 수레나 쟁기에 밧줄로 이은 것이 멍에다. 이 모든 것이 소에게는 형벌일 수밖에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소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짓고 짐을 날랐다.

요즘에 와서는 이런 말들이 구속, 속박의 의미로 쓰인다. 하긴 16세기의 인물인 서익이 벼슬을 그만둔 것을 “녹초청강상에 굴레 벗은 말이 되어”라고 표현한 걸 보면 그 시대에도 이미 이런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우재욱/시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