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한겨레>로부터 이렇게 칭찬을 받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겨레뿐 아니다. 천안함 침몰 참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보인 신중한 태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진보적 언론매체들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역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칭찬했다. 천안함 침몰 사고에 한정해 본다면, 진보세력이 이 대통령의 우군이고,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과 자유선진당 등 보수정치권이 이 대통령을 공격하는 형국이다. 따지고 보면 이 대통령의 태도는 굳이 칭찬받을 일까지는 아니다. 성급하게 북한 소행설을 퍼뜨리는 세력이 비정상이지, 이 대통령의 판단은 매우 평이하고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물구나무서서 돌아가다 보니 상식이 특별한 것처럼 돋보이는 기묘한 상황일 뿐이다. 오히려 이 대통령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의문은 저런 합리성이 왜 국정의 다른 영역에서는 발휘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다시금 확인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와 정보의 중요성이다. 정부 기관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되도록 감추고 유리한 쪽만을 부각시키려는 못된 습성이 있다. 대통령이 들어서 기분 나빠 할 내용은 감추고, 듣고 싶어 하는 내용만을 올리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국방부가 이번에 보인 행태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대통령이 “초기대응을 잘했다”고 한 것도 국방부의 아전인수식 보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면에 국정원 등 다른 기관의 판단은 다소 결을 달리한 듯하다. 이 대통령은 이런 다양한 보고와 정보 속에서 판단의 균형을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국정 현안들의 경우는 어떤가. 다른 정부 기관들도 조직의 이해관계를 챙기기 위해 왜곡된 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예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만을 놓고 보자. 검찰은 법원의 무죄판결과 향후 행보에 대해 어떤 보고를 올리고 있을까. 자신들의 잘못은 철저히 감추고 모든 것을 재판부의 편향된 시각 탓 따위로 돌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제2라운드 수사의 필요성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강변할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의 그런 ‘사기행각’에 넘어가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정치적 계산에서 용인한다면 비겁하다. 천안함 참사의 경우는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뒤 “죄지은 사람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사건의 경우 지금이야말로 대대적으로 책임을 물을 때가 아닐까. 정부는 천안함 사태를 놓고 일부 누리꾼들이 ‘아군 공격설’, 정부의 ‘북풍 기도설’ 등을 제기했으나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것이 당연한 상식이다. 경제위기 당시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게 바로 비상식적인 행동이고 공권력의 남용이다. 비단 공권력의 무분별한 운영뿐 아니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등 국정운영 전반에서 천안함 사건이 상식의 복원과 반성의 계기가 된다면 이번 참사가 완전히 비극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 지금 그런 기대를 하기란 무리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천안함 참사에 대한 판단부터 흔들리는 기미도 보인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지난 행적을 보면 보수언론들이 조금만 들썩거려도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보수언론들의 안보상업주의 폐해를 이번 기회에 확실히 겪고서도 이들에 대한 이 대통령의 기대와 의존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이 대통령은 혹시 한겨레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언론들이 자신을 칭찬하는 지금의 상황이 당혹스럽고 부담스러운 것은 아닐까.
김종구 논설위원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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